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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51. 밭 한 뙈기

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51. 밭 한 뙈기

  • 기자명 장주식 작가
  • 입력 2019.12.2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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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 작가

여러 사람이 모여 어떤 행사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습니다. 돌아가면서 각자 소개를 하는 시간입니다. 한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말합니다.

“저는 밭 한 뙈기에서 온 김개동이라고 합니다.”

“예? 밭 한 뙈기? 그게 뭡니까?”

“아, 우리 모임 이름입니다.”

“무슨 뜻인가요?”

“그게 말이죠. 동화작가 권정생선생님 시에서 따 온 건데요.”

그래서 김개동씨는 시를 한편 낭독하게 되었습니다.

 

<밭 한 뙈기>

 

사람들은 참 아무것도 모른다.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그걸 모두

‘내’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것은 없다.

 

하나님도

‘내’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 메뚜기의 것도 된다.

 

밭 한 뙈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 것이 아니라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낭독이 끝나자 큰 박수가 나왔습니다. 시에 감동받은 얼굴이 많았고요. 김개동씨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교사들이 함께 공부하는 모임인데요. 시처럼 우리가 가진 모든 지식은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을 다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모임이름에 담았어요.”

 

여기서 나는 노자의 말을 덧붙여 보고 싶습니다.

“낳고도 소유하지 않으며, 이뤄주고도 기대지 않으며, 자란 뒤에는 지배하려 들지 않는 것이 있는데 도와 덕이 그렇다.”

도와 덕을 아버지 어머니 또는 스승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있겠고요.

 

사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구라는 별은 그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다고요. 그런데 지금 현생 인류는 마치 지구가 자기 소유인 것처럼 온갖 자원을 마음대로 써댑니다. 게다가 이건 내 땅, 이건 내 건물, 이건 내 돈. 하면서 울타리를 치고 타자를 거부하며 자기만의 탐욕스런 성을 쌓아갑니다. 이런 철옹성들이 많아질수록 지구는 점점 황폐화되고 지구에 깃들어 사는 모든 생물은 생을 이어갈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정말 단순합니다. 나누면 됩니다. 쌓아두고 썩히지 말고 과시하지 말고 흩어서 골고루 나누면 됩니다. 낳고도 소유하지 않는 노자의 도덕처럼 말입니다. 요즈음 지구의 많은 나라들에서 열띤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기본소득’은 이런 철학적인 바탕 위에서 가능할 수 있을 겁니다.

 

<노자 도덕경 51장 : 道生之(도생지)하고 德畜之(덕축지)하며 物形之(물형지)하고 勢成之(세성지)하나니라. 是以萬物(시이만물)이 莫不尊道而貴德(막불존도이귀덕)하나니 道之尊(도지존) 하고 德之貴(덕지귀)는 夫莫之命而常自然(부막지명이상자연)이니라. 故道生之(고도생지)하고

 

德畜之(덕축지)하여 長之(장지)하며 育之(육지)하며 亭之(정지)하며 毒之(독지)하며 養之(양지)하며 覆之(복지)하나니라. 生而不有(생이불유)하고 爲而不恃(위이불시)하며 長而不宰(장이부재)하나니 是謂元德(시위원덕)이라.>

 

도는 낳고 덕은 길러 물체로 모습을 갖추고 기운으로 이룬다. 그리하여 만물은 도를 높이고 덕을 귀하여 여기지 않을 수 없으니, 도가 높고 덕이 귀함은 어떤 명령을 받아 그런 것이 아니라 늘 스스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가 낳고 덕이 기르는 모습은 이러하다. 만물을 자라게 하고, 정신을 키워주고, 안정시켜주고, 아프면 고쳐 주고, 몸을 먹여주고, 포근히 감싸준다. 하지만 도와 덕은 또 이러하다. 낳고도 소유하지 않으며 이뤄주고도 기대지 않으며 자란 뒤에 지배하려 들지 않는다. 이를 가리켜 ‘그윽한 덕’(원덕, 현덕)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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