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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담- 여주다워야 여주가 살 수 있어

여강여담- 여주다워야 여주가 살 수 있어

  • 기자명 조용연 주필
  • 입력 2019.12.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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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유현준, 큰 도시를 흉내 내면 여주는 망해

강물, 들판 그리고 여백, 여주만의 청정매력 살려야

조용연 주필

지난주 여주 세종국악당은 한 유명 건축가 초청 강의 열기로 뜨거웠다. <명견만리><알쓸신잡>이나 <어쩌다 어른>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낯익은 작가여서 청중의 절반 이상이 청년세대였다. 평일 오전에 여는 인구 100만에 육박하는 도시의 명사특강보다도 더 많은 관객이 몰렸다는 것은 “여주가 그만큼 인문학적으로 목말라 있다”는 증거였다.

건축가 유현준의 한국 건축에 대한 일별은 단순한 거리 산책에서 나온 감상이 아니라 그가 겪은 유년, 청·장년기의 변화를 중심으로한 날카로운 지적이어서 새롭게 와 닿았다. 단독주택에서 키우던 꿈과 아파트로 이사한 뒤의 현실과의 타협을 그는 나직하게 친구들과 대화하듯 풀어냈다. 현대한국 건축의 생활사를 문화비평의 수준으로 끌어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렇다고 마냥 날카로운 칼날을 세우는 것만도 아니어서 곳곳에는 번뜩이는 위트가 웃음보를 찔러 긴장을 누그러뜨리기도 했다.

이제 시간문제이지 지방소멸은 피할 수 없는 길이 되어 버린 마당에 여주만의 싱싱한 매력을 갖추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요지다. 여주가 사는 길은 △구도심의 재개발에 주목하라는 것이었다. 몽땅 헐어내고 대단위 아파트를 지으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주가 강남이나 세종이나 판교 같은 도시를 모델로 개발하는 순간 100% 망한다는 것이다. △ 구도심에 대형 상가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1, 2층의 건물로 유도해서 용적율을 줄이는 대신 건폐율를 극대화해 걷는 사람들이 낮은 높이의 건물에서 사람들이 하고있는 일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 메사추세츠 한 대학의 나직한 건물들이 배치된 캠퍼스를 걸어가는 200여m의 연결통로에서 다른 학생들이 무엇을 하는지 다 볼 수 있게 해 놓았다는 데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여주의 한강이 서울의 한강보다 더 맑고 깨끗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여주시가 ‘한강을 가로지르는 보행전용 다리(문화교)의 계획을 알고 있었다. 아주 좋은 발상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다리가 협소해서 차량정체가 있다고 또 다른 차량소통용 다리를 놓는 순간 여주는 망하는 패를 두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경기실크‘의 용도폐기된 건물과 부지를 매입하는 계획은 도시문화 재생의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는 순간 구도심의 활력을 되찾을 기폭제가 될 것이다.

△ 여주 도심이 평평하다는 장점은 ’스마트모빌리티‘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라고 진단한다. 여주시민의 자전거이용뿐 아니라 서울에서는 젊은층이 이미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 전기구동교통수단을 공용 시스템으로 도입하면 수도권에서 매력있는 관광지로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 여주가 청소년의 교육에 있어서도 차별화된 비전을 제시해 주어야 젊은 학부모를 불러들일수 있는 계기가 된다. 시설 측면에서 보더라도 안전을 위한다고 꽁꽁 걸어 닫아 놓은 학교는 교도소처럼 담장을 높이는 게 된다. 게다가 학교 일괄 급식에서 식판에다 밥을 받아먹는 시스템은 군대와 교도소를 제외하면 없다는 것이다. 그런 획일주의에서 창의성이 어찌 움트겠는가. 우선 고등학교부터라도 담장을 없애고 주변에는 단층 아케이드를 배치하여 교정이 들여다보이도록 하고, 교무실은 4층으로 올리고 교실은 1층에 배치하여 땅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도록 해야 한다. 이제 학생 수가 줄어드니 빈 교실은 헐어서 테라스로 만들어 거기서 밝은 햇살 아래 자연스러운 토론과 교류의 별도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같은 생각이지만 여주경찰서가 최근에 신축을 결정했다고 한다. 한때 여주경찰서는 ’군민체육대회‘가 열렸고 헬기가 이착륙할 정도로 넓은 터다. 이번에 아예 경찰서 담장을 허무는 발상의 전환을 해보라고 권한다. 관청은 전례가 있는가부터 따진다. 3년 전 개서한 대전유성경찰서는 담장이 없다. 경찰서 뒷면에 공원이 조성되어 연못에 비단잉어까지 자란다. 인근 여학교 학생들이 오가면서 쉬어가는 명소가 되었다. 이제 자치경찰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 시예산의 협조를 받아서라도 건물을 신축할 때 설계해야 한다. 소공원이 부족한 여주 구도심에 녹지공간이 들어선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건축가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테슬러같은 전기차의 안전수리터미널이 여주에 들어온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고도 전망했다. 쉽지 않은 현실의 벽을 넘어서야 경사로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지방소멸 열차가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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