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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부의 생각- 사소하게 여긴 것들에 대한 예의

[기고] 농부의 생각- 사소하게 여긴 것들에 대한 예의

  • 기자명 이하정 숲마루농원 작은농부
  • 입력 2019.12.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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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정 숲마루농원 작은농부

첫 눈이 내렸다.

2019년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이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12월이기도 하다.

여주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봄이면 농부들은 들녘에 나와 밭을 갈고 겨우내 얼었던 논에 물을 대고 모내기 할 준비를 시작한다. 여름이면 뜨거운 태양 아래 풀을 메느라 드넓은 밭에는 풀을 한아름 안은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매일 논과 밭을 둘러보며 농작물과 눈 맞추고 호흡하고 대화한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도 어김없이 땀을 흘리며 때론 웃으며 때론 근심을 한아름 안고 수확을 시작한다.

하우스라는 시설 재배 덕분에 농한기라는 겨울은 나에게 농번기로 다가온다. 다행하게도 추운 겨울 매일 딸기 꽃을 선물받는 호사를 누린다.  낙엽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차가운 꽃눈이 덮힌 계절에 꽃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아름답다.

푸른 숲과 들녘의 초록 농작물,  황금 들녘을 보며 감탄하고 아름답다 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풀꽃도 꽃인 것처럼 우리에게 자연은 무엇하나 쓸모없이 스쳐지나가는 것이 없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몸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  맛있는 음식과 환경을 찾아 농촌인 시골로 여행을 떠난다. 이 얼마나 감사한 농민들의 선물인가!

농업 농촌은 생명을 살리는 치유자이다.  사람은 몸이 아프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음식과 환경이다. 건강하게 유기농 친환경으로 재배한 식품을 섭취하려하고 자연환경이 좋은 깊고 깊은 숲을 찾아 거주하고 농산물도 직접 재배하며 건강의 회복을 기대한다.

서울 대방동의 한 건물에는 올해로 예순여섯살이 된 곳이있다. 사회복지법인 윙(Wing)

66년전 미혼모를 돌보던 모자원에서 3대에 걸쳐 오랜 세월을지나 현재는 탈성매매 여성을 포함 폭력피해 여성들의 자활을 지원하고 있는 곳이다.

처음 이곳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공식품과 자극적인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들에게 가장 먼저 시작된 변화는 “내가 먹는게 곧 나를 나타낸다”는 마음으로 좋은 재료와 정성이 담긴 자연 그대로의 맛을 내어 요리된 음식을 먹는 것이었다.

윙의 주방에 공급되는 신선한 재료는 각지에서 후원으로 보내져오는 농부들의 농산물이 줄을 서고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유기농 재배와 전통방식의 친환경 농법을 통해 수확한 건강한 농산물들이다.

그렇게 준비된 건강한 식재료를 모아 온갖 정성으로 빚어낸 음식들은 마치 예술작품인 양 고고한 자태를 뽐낸다. 그런 밥상을 받는 사람은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며 어루만져주기까지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한다.

건강한 농산물로 무엇도 첨가하지 않고 신선한 재료들로 맛을 내어 준비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그저 한끼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사랑과 관심 응원을 받는 마음일 것이다.

“그토록 막약하고 공허했던 삶이 어쩌면 아무렇게나 먹은 밥과 깊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삶은 가장 사소한 것에 머문다. 윙을 방문하는 모든 이가 제일 먼저 접하는 곳의 칠판에 쓰인 글귀이다.

그 사소한 것이 우리가 매일 접하고 있는 밥상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되뇌어 기억하는 것이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시작이다. 농부가 씨앗을 심고 매일 안부인사를 하며 하늘의 도움을 받고 키우고 수확하여 소비자의 손으로 전달이 되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많은 노동과 환경과 하늘에 감사함이 곧 나의 소중함을 자각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 정성이 담긴 농산물이 요리가 되어 우리몸에 담겨지기까지그동안 나는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었는지 되돌아본다.

어느 가정의 식사전 기도가 떠오른다.  아이들과 두손을 모으고 “이 음식이 여기에 오기까지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과 자연과 하늘에 감사드립니다. 잘 먹겠습니다.”

윙의 벽면에 걸린 니체의 글귀가 자꾸 되뇌어지는 계절이다.

“그동안 중요하지도 않고 사소한 것들이라고 치부됐던 것들, 즉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 사는 장소의 상태, 휴식의 방식, 힘을 낭비하는 정도와 같이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야말로 이제껏 우리가 중요하다고 받아들였던 그 어느 것보다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중요하다.

여기서 바로 다시 배우는 일이 시작되어야 한다.

-니체의  ... 이 사람을 보라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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