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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섬 기러기 떼는 어디가고 낚시꾼만 득실

양섬 기러기 떼는 어디가고 낚시꾼만 득실

  • 기자명 이장호 기자
  • 입력 2019.12.0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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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들이 만들어 놓은 자리 100여개, 쓰레기와 인분으로 몸살

여주 8경 중 5경이 바로 양도낙안(洋島落雁)이다. 섬에 내리는 기러기 떼의 모습이 흔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양섬은 수도권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하천형 습지를 간직하고 있다. 빌딩숲 속 생태계의 보물창고로 불리던 양섬은 이제는 낚시꾼들의 무분별한 이용으로 크게 상처를 받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양섬의 둘레에 낚시꾼들이 만들어 놓은 100여개 자리는 포털의 항공사진에서도 보일 정도로 가득하고, 낚시 자리로 가기 위해 수 없이 다닌 자동차로 만들어진 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1톤 트럭 1대 분량의 쓰레기 더미는 남한강에서 고기를 잡는 지역 어촌계에서 수거한 것으로 이들에 따르면 그나마 치우고 남은 것이 이 정도다.

지역 어촌계 회원이라고 밝힌 신모 씨는 “환경정화를 위해 숲에 들어가다 보면 용변을 보고 버린 휴지는 물론이고 대변을 밟기 일쑤”라며 “봄부터 가을엔 지금 모아놓은 것보다 5~6배는 더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자동차로 만들어진 길끝에서 사람이 다녀 만들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니 미처 수거되지 못한 소주병과 맥주캔, 가스통이 마대에 담긴 채 방치돼 있었다. 심지어는 불에 탄 장작과 음식쓰레기를 버린 듯 고양이가 헤집어 놓은 듯 쓰레기가 담긴 종이상자도 보였다.

산책을 나온 한 시민은 “낚시꾼들이 왔다 가면 쓰레기가 천지”라며 “낚시꾼들이 여기에 놀러오는 것은 여주시에 하나도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낚시꾼들의 자리는 양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양섬과 마주한 하동 지구와 재활용선별장부터 한국콜마 연수원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변에도 자리가 설치돼 있고 세종대교 밑도 낚시꾼들 사이에선 소위 ‘4짜 포인트’다.

인터넷에서 여주 양섬을 검색하면 ‘붕어’와 관련한 블로그와 카페글이 가득하다. 낚시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와 아무곳에나 용변을 보고 방치하면서 양섬은 이제 환경정화 등 봉사활동에 나서는 학생들조차 꺼리는 장소가 됐다.

이뿐이 아니다. 강에 떠 있어야할 모터보트를 풀밭에 올려놓거나, 주차장으로 이용하기 위해 하천점용허가를 받은 곳을 육상계류장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여기에 여주시환경사업소 앞 소양천 끝자락에는 바지선이 수 개월간 방치되면서 흉물이 되고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4대강 사업전의 양섬은 갈대와 달뿌리풀, 버드나무 등 습지 식물과 백로, 쇠백로, 물오리 등 야생조류가 대량 서식하면서 팔당상수원 상류지역 수질정화에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었으며, 18종 700여 개체의 조류가 서식하는 등 겨울철의 철새 도래지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이었기에 4대강 사업을 추진한 한국수자원공사도 여주보 준설을 기점으로 양섬에는 2개의 야구장과 다목적광장, 관찰데크, 야생초화원, 야영장, 선착장, 휴게쉼터 등을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의 양섬은 야생초화원과 야영장에 각각 성인 야구장과 리틀야구장을 설치할 계획은 있으나, 낚시꾼에 대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어서, 시민들의 여가와 휴식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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