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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담- KBS 전국노래자랑과 NHK 노래자랑우리나라는 ‘끼의 잔치’이나 일본은 ‘모범생의 학예회’ 느낌 들어

매주 일요일 낮 12시에 벌어지는 두 나라의 노래자랑 너무 달라

조용연 주필

갑갑한 세상살이에도 일요일 낮, 우리나라 어디에선가 열린 노래잔치가 벌어진다. ‘일요일의 남자’ 송해(92세, 본명 송복희)가 벌이는 잔치는 KBS 1TV를 통해 온 국민을 축제장으로 불러낸다. 자치구 단위로 돌아가면서 열리는 ‘전국노래자랑’은 특히 시골에서는 대단한 축제다. 

자치단체장은 재임 중 전국노래자랑 유치를 업적으로 꼽을 정도로 비중을 둔다는 말도 있다. 전국노래자랑이 열리기 한 달 전부터 플래카드가 동네마다 내 걸리고, 포스터 속에는 100세를 바라보는 송해 오빠가 나이도 잊은 채 웃고 있다. 송해의 전국노래자랑은 노익장의 기준을 망백(望百)으로 끌어 올렸다. <나팔꽃 인생>이라는 ‘송해쏭’을 부르는 그가 삼팔선을 넘어와 황해도 재령, 고향 땅에 두고 온 ‘어머니’를 외치며 <불효자는 웁니다>를 부를 때 우리는 분단과 실향을 실감한다.

그의 MC 장기집권(?) 비결은 악극단 무대에서 사회, 가수, 배우, 코미디를 혼자 감당해내야 했던 서러운 유랑의 시간이 응축되어 만들어진 만능엔터테이너의 근육 덕분이다.

일요일 정오 뉴스가 끝나면 한국과 일본에는 동시에 노래자랑이 벌어진다. 가요팬의 한 사람으로 두 개의 화면을 동시에 보기도 하는 가운데 어쩌면 같은 점은 저렇게 닮았고, 다른 점은 극명하게 다른가 하는 대비를 자연스레 하게 된다.

두 프로그램이 같은 점은 △ 이름이 똑같이 ‘노래자랑’이라는 점이다. KBS <전국노래자랑>, NHK<노래자랑>(のど自慢) 이다. △ 일요일 정오 뉴스가 끝나면 시작한다는 점에서 같다. 무슨 경쟁이라도 하는 듯하다. △ 출연자는 나이와 관계없이 나온다는 점이다. 오래전에 일본의 중고생이 출연하는 모습이 신기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도 주민등록증이 있어야 출연자격이 있던 제한을 폐지해 이제는 재간둥이 유치원생도 출연이 가능해졌다.△ 한곳에서 고정으로 무대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전국 각지를 순회한다는 점에서도 같다.

다른 점을 살펴보면, △ 우리나라는 송해 선생이 30년을 고정으로 사회를 보는 터라 송해의 뒤를 잇고 싶은 유력 MC가 기다리다 지쳐 은퇴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일본은 사회자가 적당한 간격으로 바뀌기도 하면서 지금은 50대의 MC가 정통기법으로 사회를 본다. △우리나라는 며칠 전 예심을 거쳐서 녹화로 진행하지만 일본은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우리나라는 지역축제에 버금갈 정도로 흥겨운 한마당이나 일본은 어쩐지 규격화된 학예회의 느낌이 난다. 출연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옛 프로그램 <장수무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장단이나 추임새는 제각각이지만 일본은 일사불란하게 노래 반주에 따라 좌우로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틀리면 큰일 나는 단체응원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는 출연자나 초대가수나 무대 뒤에 감추어져 있다가 등단하지만, 일본은 아예 무대 뒤에 함께 앉아서 배심원이자 응원단처럼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노래의 등급이 ‘땡 아니면 딩동뎅’ 둘 뿐이다. 아주 박자가 엉겨버리거나 음정이 맞지 않는 경우를 빼고는 악단장이 슬기롭게 노래를 끝맺음해준다. 국물이 넉넉한 덤이 있다.  일본은 ‘땡과 딩동, 딩동댕’ 3단계로 나뉜다. 웬만큼 노래를 잘해도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딩동’으로 구분 짓는다. 짜지만 엄격하다. 보통 17~8팀 중에서 ‘딩동댕’을 얻는 출연자는 사회자에게 안길 듯이 기뻐하는데 3~4명에 그친다. 그야말로 엄정하게 1절 모두를 불러 노래 실력을 자랑할 수 있는 기회를 비로소 얻게 된다.

△우리나라는 출연자가 잘 차려입고 나오거나, 요란한 분장을 하지만 일본은 엔카를 부르는 출연자가 기모노를 입고 나오는 적은 있지만 거의 평상복 차림으로 나오거나 심지어 추리닝 차림으로 나오기도 한다. ‘옷이 날개’라는 말은 입성을 따지는 이 땅의 문화와도 직결된다. △우리나라는 지역 특산물을 꼭 소개하면서 송해 오빠를 골탕 먹이는 재미를 볼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거의 그러한 상황을 보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는 ‘인기상과 우수, 최우수상’으로 나누지만, 일본은 전체 출연자 가운데 6명을 대열 앞으로 불러내 본선 진출을 알리고, 그 가운데 인기상에 해당하는 ‘특별상 1명과 챰피온(챔피언) 1명’을 시상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지난달 역대급 태풍 ‘하기비스’가 100여 명의 인명피해를 내면서 휩쓸고 지나간 직후인 10월13일 정오에도 일본 NHK <노래자랑>은 생방송 그대로 진행되었다. 아마 우리나라 같았으면 긴급편성 재난방송으로 전환해 녹화 방영을 주저 없이 취소했을 것이다.

조용연 주필  yeoju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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