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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傾聽), 제발 귀를 기울입시다!

경청(傾聽), 제발 귀를 기울입시다!

  • 기자명 이동순 목사 /천송교회, 여주 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
  • 입력 2019.11.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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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 목사 /천송교회, 여주 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

사람의 귀는 외이(外耳), 중이(重耳), 내이(內耳)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남의 말을 들을 때에도 귀가 세 개인 것처럼 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외이(外耳)로는 말하는 바를 ‘귀담아’ 듣고 중이(重耳)로는 무슨 말을 하는 지를 ‘신중히 가려듣고’ 내이(內耳)로는 말하고자 하나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까지도 듣는다. 그래서 귀는 ‘보이는 세계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 향하는 다리’라고 한다. 듣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인생은 듣기부터 시작한다. 태아의 청각은 일반화된 사실이고, 태교는 이 사실에 근거한다. 어릴 적 배움도 듣기부터 시작되고, 사람의 성숙도 듣기로부터 완성된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 잘 듣고 차마 그가 말하지 못하는 것까지도 듣고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성인(聖人)의 반열에 든다. 한자 ‘성’(聖)자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귀(耳)를 크게 열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대답하는 입(口)을 가진 사람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이다. 기독교의 믿음도 듣기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성경에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롬10:17)고 했다.

자연의 소리, 분노하며 외치는 사람들의 소리, 아이들의 얼굴이 말하는 소리, 고통 받는 자의 울음소리를 귀 기울여 잘 들어야 한다. 특히 이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사람은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다.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편의주의 행정으로만 치우친다면 고통 받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분노할 것이다. 만약 계속 외면하고 귀를 막는다면 아름다운 여주는 어느 언론에서 보도했듯이 살기 힘들고 언젠가 소멸할 지도 모른다.

강천면 SRF 쓰레기 발전소, 북내면 지내리 태양광 발전소, 점동면 현수리 태양광 발전소, 북내면 외룡리 SK LNG 천연가스 발전소 등 여주시가 해당 지역주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편의적으로 개발행위 허가를 승인함으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모든 주민이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설명회를 하지 않고 일부 주민의 동의만을 받기 때문이고, 개발행위 허가 건에 대해 한강유역환경청의 협의를 거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 전기사업 발전허가 조건 5항에는 ‘발전소 설치 전 지역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주민 의견을 반영하여 민원해소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조항은 사업자가 객관적으로 주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서류를 자치단체장에게 제출하면 여주시청 담당부서는 승인 여부를 검토하는 행정행위를 통해 허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주민 모두가 인정하는 ‘주민동의서’가 없는 개발행위 사업신청서는 반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소규모 환경평가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한 예로 여주환경운동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점동면 현수리 태양광 발전시설 지역의 경우 사업자가 2018년 7월 27일 여주시에 접수한 개발행위 허가를 취소하고 현 사업부지에 2019년 2월 15일 개발행위 허가를 재신청하였다. 여주시는 2018년 7월 27일 당시의 개발행위 허가 건에 대해 동년 8월에 한강유역환경청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근거로 2019년 2월 15일 건에 대해 한강유역환경청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허가승인을 했는데 이는 명백한 시행착오이다. 이 허가신청 건은 2018년 7월 2일 제정되고 동년 8월1일 신청된 사업부터 적용되는 환경부의 육상태양광발전사업 환경성 평가협의 지침을 볼 때 현 사업부지는 환경보호지역 및 생태적 민감 지역이어서 태양광발전시설입지를 회피해야 하는 ‘생태자연 2등급이면서 식생보전 3등급 이상인 지역에 해당된다’ 여주시가 한강유역환경청에 협의를 요청하였다면 부적격 판단을 내려야 했다. 사업자의 개발행위 허가 신청 변경이 있었다면 여주시는 당연히 변경사항을 한강유역환경청에 고지하고 재작성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여주시 점동면 현수리 개발행위 허가는 취소되어야 마땅하다.

북내면 지내리에 공사 중인 태양광 발전시설도 해당 지역이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가 활동하는 지역이고 방대한 자연 산림을 훼손하는 공사이다. 북내면 외룡리 SK 천연가스 발전소 건립에 주민들은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소음, 인접한 화약고가 있어 예상할 수 없는 폭발사고 등으로 주민들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여주시 공무원들은 누구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하는가? 사업자인가 지역주민인가.

예로부터 부모의 말을 잘 들으면 효자가 되고, 백성의 말을 잘 들으면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들으면 영성이 깊은 사람이 된다고 했다. 듣는 것이 중요하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당연히 빗소리를 듣지만 더 깊은 차원의 소리까지 들어야 한다. 때로는 청개구리의 울음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은 지역주민들의 행복을 위해서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 그렇기에 주민들의 작은 신음소리도 귀 기울여서 들어야 한다.

한자 들을 ‘청’(聽)자를 보면 들음의 자세에 대한 아주 중요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는 ‘듣는 것을 으뜸으로 하되(耳+王)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들어라(悳=直+心)’는 의미가 있다. 듣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진정한 겸손은 듣는 귀다. 듣는 귀는 낮은 마음이고, 겸허히 꿇은 무릎이다. 하느님에게 듣고, 자연에게 듣고, 아이들의 얼굴에서 듣고, 고통당하는 백성에게 들어야 한다. 차마 말하지 못하는 소리까지 들어야 한다. 귀는 보이는 세계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 넘어가는 다리이다. 어제 TV 뉴스에서는 기자가 평창 가리왕산이 동계올림픽 스키장 공사로 축구장 22개 크기의 수 백년된 원시림이 황폐화되어 산사태가 우려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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