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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확증편향

인공지능과 확증편향

  • 기자명 박관우 기자
  • 입력 2019.11.1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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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우 편집국장

요즘 들어 스트레스 때문인지 머리숱이 많이 빠져 고민인 시민 김 씨는 인터넷 검색 창에 ‘탈모’를 쳐보았다. 탈모와 관련된 무수한 상품과 정보로 포장한 상술이 넘쳐났다. 고민 끝에 샴푸 하나를 주문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김 씨는 책상에 앉아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자 검색 창마다 탈모와 관련된 광고가 따라다녔다. 그뿐만이 아니다. 핸드폰에도 탈모 광고가 쫒아 다니고 심지어 유튜브에도 탈모에 관한 것들로 도배가 되다시피 추천되었다. 

구글을 비롯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기술 기반 회사들은 자신의 수익원인 광고주들을 위해 최대한 많은 시간 상품이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즐겨 찾는 검색어를 이용해 소비자의 구매습관을 유도하고 광고의 매출이 증대되도록 최대한 기술을 활용한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영역으로 번지고 있다. 다양한 정당지지자들을 만나 최근 어떤 매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지 물어보면 유튜브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개인들에게 진입장벽이 낮은 애플의 팟캐스트나 구글의 유튜브 등의 새로운 매체들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공중파의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정치적인 성향에 있어서는 인공지능 기술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성향의 정치방송을 듣고 보도록 기술적으로 유도한다. 

기계적 중립을 억지로라도 지켰던 공중파를 보고 자란 기성세대가 이제는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유튜브를 보게 되면서 정치적인 편식이 깊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각자 다른 주장을 하는 패널들이 출연한 방송을 보고 다른 주장들의 차이를 평가했다면 이제는 출연자 모두가 같은 주장을 하는 방송을 보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은 진보나 보수적 정치성향의 목소리가 큰 유튜버가 강세였으나 중도성향의 유튜버들도 출현하면서 이제는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다시 확대 재생산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경향이 심화되면서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들은, 조금이라도 다른 경향에 대한 즉각적인 비판과 공격으로 이어지고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논쟁의 근거는 자신이 본 유튜브 콘텐츠다. 서로 다른 유튜브 컨텐츠를 보고 자신이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을 일컫는 확증편향을 인공지능이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1992년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 대통령후보를 지지한 적이 있다. 그때 대학로를 꽉 채운 군중들과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선거에서의 선전을 점쳤지만 1%에도 못 미치는 득표를 하고 말았다. 확증편향을 깨고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그리고 자신의 바람과 달리 현실은 냉정하고 객관적 판단을 필요로 한다는 뼈아픈 교훈이었다.

근래 서울 집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가를 근거로 정치적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침저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방송만 듣고 고무되고 한탄한다. 여기에 구글은 광고주를 위해 확증편향을 실어 열심히 유튜브를 보도록 만든다. 진보와 보수 모두 해당하는 이야기다. 

혹시 우리는 잠깐 얼이 빠져 남 좋은 일만 시켜주고 있는 건 아닐까? ‘구글’이라는 거대 글로벌 기업의 돈버는 시스템에 놀이감이 된 것은 아닐까? 그들에 종속된 우리들의 뇌가 중독 상태에 이른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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