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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뻔뻔한 공무원, 무능력한 의원, 그리고 시민

<독자기고> 뻔뻔한 공무원, 무능력한 의원, 그리고 시민

  • 기자명 최새힘
  • 입력 2019.11.08 17:01
  • 수정 2019.11.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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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대가 없이 계약에도 없는 업무 민간업체에 떠넘겨

 여주시청에서 북쪽으로 강을 건너보면 야구장이 있다. 시청은 국가로부터 점용허가를 받아 야구장을 설치하고 조례로 리틀야구단이 무상으로 이용하도록 하였다. 야구장의 관리는 시청이 해야 함에도 야구단 감독의 반복적인 제초요청에 무관심하다가 부당한 방식으로 민간업체에 일을 떠넘겼다. 이것이 잘못된 공무처리방식이라고 지적하니 문제가 없다고 하였으며 향후 제초작업을 하겠다던 부서에서는 1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불편 민원이 없어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글을 열 번이 넘는 질의/응답 과정을 통해 남긴 자료와 의회와 시청을 방문하여 있었던 어려움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여주신문에 투고하기로 하였다.

남한강사업소는 남한강 현암지구의 풀 깎기를 담당한 부서이다. 야구장이 위치한 현암지구의 도면을 그려 공사의 범위를 정하고 단가를 계산하여 설계서를 만든다. 그 후 이를 바탕으로 입찰을 통해 민간업체와 계약을 하고 공사를 하게 된다. 이때 작업이 제대로 되었는지 감독을 할 책임도 있다. 야구장은 남한강사업소의 관리대상이 아니므로 설계상 야구장의 바깥 5m에 대해 풀 깎기가 계획되어 있었고 매년 그렇게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작년 9월 19일에도 야구단 감독은 야구장의 풀을 깎아달라는 민원을 남한강사업소에 넣었고 감독관은 계약의 범위가 아님에도 주변의 풀을 깎는 공사업체로 전화를 하여 야구장 안의 풀을 깎을 것을 ‘강요하지는 않았고’ 또 업체 측에서는 이것이 계약 밖임을 알았음에도 ‘흔쾌히 동의’하였다고 한다. 공사를 감독하고 준공검사를 하는 권한을 가진 감독관이 이런 요구를 할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사업체가 과연 있을지 의심됨에도 여주시와 경기도 감사실은 비록 계약범위 밖의 일을 말로 지시하더라도 업체가 자발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담당자의 말 한마디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은 밑도 끝도 없이 악용될 소지가 있기에 바로잡아야 한다. 정상적이라면 이 작업을 애초에 설계에 포함하여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날 야구장의 1회 풀 깎기로 인하여 민간업체가 희생한 화폐가치는 체육시설팀의 품셈에 따르면 150만 원이다. 양쪽의 협상력이 동등하거나 비슷한 반복적인 사적 거래에서는 이 정도의 양보가 있을 수 있으나 공공부문이 계약을 넘어서 사유재산에 손해를 입히면 안 되는 것은 철칙이 아닌가!

이때까지도 야구장의 관리를 어느 부서에서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작년 10월 25일 감사실에서는 남한강사업소와 체육시설팀 담당자가 만나서 협의를 하였고 올해부터 위탁관리를 맡기지 않은 야구장과 테니스장의 제초작업을 체육시설팀에서 하기로 하였다는 설명을 체육시설팀 사무실을 찾아가 직접 들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제대로 일을 할 것인지 믿을 수 없어 제초작업을 해야 할 면적과 예산액을 문의하였고 ‘현암지구 야구장의 풀 깎기가 필요한 면적은 약 2,000㎡로 연간 풀 깎기 횟수는 4회, 예산액은 약 600만 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도 제초작업은 하지 않았고 야구단은 손을 놓았던 모양이다. 절반이 풀로 덮여버렸고 어린이들은 이를 피해 운동을 해왔다. 일 년이 지난 지금 풀 깎기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문의해보니 야구장을 공원으로 바꿀 계획을 세우는 중이고 또 신설야구장으로 옮겨갈 예정이라 한다. 향후 새 구장을 쓰게 된다면 올해는 풀밭에서 야구를 해도 상관이 없는 것이냐고 되묻자 ‘별도의 불편사항이 접수되지 않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애초 제초작업을 하겠다고 한 것은 체육시설팀이었고 나와 같이 문서로 구체적인 면적과 예산을 확인하는 민원인도 드물었을 텐데 이것이 불편사항이 아니라고 하면 나와 같은 개인은 어떠한 행동을 해야 했을까 하는 허탈한 마음이다. 자신들이 하겠다고 했고 문서로 답변을 해놓고도 하지 않는 공공기관에 믿음을 주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공무원과 말싸움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전화나 면담을 피하고 문서를 통해서 묻고 따졌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불편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질문을 반복해야 한다. 또 그 일을 직접 하고 있기에 가장 잘 알고 있고 거창하거나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말을 돌리는 데에는 능숙하다. 답변시간도 충분하기에 어떻게 하든 핑곗거리를 찾는다. 그러니 문서를 통한 방법도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 혹시 주변에 잘못을 인정하고 곧바로 잡으려고 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더는 질책하지 마시고 바로 칭찬을 해주라고 하고 싶다. 그 공무원은 아주 훌륭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도중에 의회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여 면담 신청을 하여 의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지만 괜히 시간만 낭비하였다. 다만 담당 감독관에서 물어보니 강요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한다는 내용을 전달한 공허한 답변서만 받아보았다. 전문성이나 열성에 있어서 공무원들의 잘못을 감리·감독할 능력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정당하지 못하거나 억울한 일이 있더라도 의회는 찾아가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런 일을 바로잡으려면 비전문적인 의회보다는 건강한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단체를 조직하고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일은 개인의 희생이 필요한 일이므로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나의 상식과 행정적 의사결정 사이에는 매우 큰 괴리가 있었고 성과 없이 불필요한 노력을 너무 많이 투입하였다는 후회만 남았다. 끝으로 나는 당시 야구장의 풀을 깎은 일용직 노동자였음을 밝히며 여기에 요약한 모든 자료는 국민신문고를 통하여 남아있다.

<외부 기고는 본 지의 입장이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으며, 기고자의 견해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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