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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4545. 움직이면 추위를 이기고 고요하면 더위를 이긴다
장주식 작가

충주 앙성에 있는 오갑사지 석조여래좌상을 보러 갔습니다. 여주에서 앙성으로 넘어가다보니 강천마을에는 석불입상도 있어서 들렀습니다. 마을 뒷산에 서 있는 석불 둘레를 정갈하게 다듬어 놓았더군요. 석불은 몸집이 작고 석주형(石柱型)이어서 전체적으로 뾰족한 느낌입니다. 평면적인 석불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같이 간 일행이 말합니다.

“희미하지만 웃는 얼굴이네.”

그러자 다른 일행이 대답합니다.

“그래? 나는 화내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도 다시 찬찬히 석불 얼굴을 살폈습니다. 비바람에 깎여 입모양이 형태만 겨우 보일 정도여서 어떻게 느끼든 보는 사람 마음일 것 같았습니다.

일행은 산을 내려와 원래 목표인 석조여래좌상을 보러 이동했습니다. 고려시대에 지은 오갑사는 사라지고 지금은 여러 채 민가가 들어섰습니다. 저수지를 지나 산 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곳에 동막마을이 있고 한 민가 안에 석불이 앉아 있더군요. 대문은 활짝 열려 있어서 누구나 들어 갈 수 있게 해뒀습니다. 집주인이 부처처럼 마음이 넓은 모양입니다.

“계세요?”

주인이 없는지 대답이 없습니다. 우리는 대문 안 마당으로 들어섰습니다. 높은 좌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부처는 활짝 웃는 얼굴입니다. 눈은 아래로 둥글고 입은 위로 둥글어 완전히 웃는 모습입니다.

“이 부처님은 웃는 상호라는 거에 아무도 이의가 없겠네.”

한 일행이 말했고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때 창고 뒤에서 주인아주머니가 염소를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아주머니는 낯선 이들을 보고도 아무런 경계심 없이 환하게 웃으며 맞이합니다.

“아이고. 아주머니는 부처님 얼굴을 닮았습니다.”

이렇게 내가 말하자 아주머니는 “그래요?” 하더니

“어떤 사람은 이 부처님이 화를 내고 있다고 합디다.”

하고 조금 낮은 목소리로 알려주십니다. 나는 아무리 부처 얼굴을 살펴봐도 화내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오른쪽 볼에 파인 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곳이 칼자국처럼 보여서 그런 걸까요?”

“어이? 그런 건가 난 모르겠네.”

이렇게 아주머니와 대화는 끝났습니다. 아주머니가 어미 염소와 새끼 염소 두 마리를 데리고 마당 끝으로 가셨기 때문입니다.

나는 석불입상과 여래좌상 얼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을 보고 문득 노자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움직이면 추위를 이기고 고요하면 더위를 이긴다.”

움직이면 몸에 열이 나서 더위와 하나가 되고 고요하면 열이 가라앉아 추위와 하나가 된다는 뜻이죠. 이는 추위와 더위를 둘로 나누지 않고 추위 속에 더위가 더위 속에 추위가 있다는 일원론적인 발상이 됩니다. 마치 음을 등에 업고 양을 가슴에 품는다는 음양조화와 같다고나 할까요. 여성 속에 남성성이 있고 남성 속에 여성성이 깃들어 있다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그러니 석불이 화를 낸다거나 웃는다거나 하는 것도 결국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입니다. 석불을 보는 내 마음 속에 웃음과 분노가 같이 있어서 그런 것이죠. 세상이 다 그렇지 않을까요? 너는 늘 웃는 사람, 너는 늘 화내는 사람.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고정을 시켜버리면 매우 위험할 겁니다. 추위 속에 더위가, 더위 속에 추위가 있는 것처럼 세상을 유연하게 봐야할 것 같습니다.

추우면 움직여 더위를 살려내고 더우면 고요히 머물러 추위를 가져와 조화를 이루듯이 말입니다. 내가 움직이거나 고요히 머무는 것도 다 때를 잘 맞춰야 함은 물론입니다.

<노자 도덕경 45장 : 大成若缺(대성약결)하니 其用不弊(기용불폐)하며 大盈若沖(대영약충) 하니 其用不窮(기용불궁)이라. 大直若屈(대직약굴)하며 大巧若拙(대교약졸)하며 大辯若訥(대변약눌)이라. 躁勝寒(조승한)이요 靜勝熱(정승열)하나니 淸靜爲天下正(청정위천하정)하나니라.>

크게 이룸은 틈이 있어 그 쓰임이 낡지 않아 늘 새롭고 크게 채움은 빈 곳이 있어 그 쓰임이 다하지 않는다. 크게 곧음은 굽은 것 같고 큰 솜씨는 서투른 것 같고 큰 변론은 말을 더듬는 것 같다. 움직이면 추위를 이기고 고요하면 더위를 이기니 맑고 고요함은 세상에서 가장 바름이 된다.

여주신문  yeoju@yeoju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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