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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관문학의 부활과 복면가왕
이장호 /여주신문 대기자

1. 예전에 코미디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를 끌 때 여러 코너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그것은 걸인들이 모여 한창 대화를 하는 중에 한 걸인이 밖에서 들어오며 ‘큰일 났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우두머리가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아주 황당한 이야기를 한다. 우두머리가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 그 걸인은 ‘신문에서 봤다’며 군데군데 찢겨나간 신문을 들이민다.

신문을 들여다보던 우두머리가 보니 이곳저곳 찢겨나가고 남은 기사를 모두 붙여 읽으니 사실과 전혀 다른 황당한 말이 된다는 스토리다.

이미 20여 년 전의 코미디 프로그램과 같은 일이 오늘에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것을 보면, 당시에 일어났던 일을 풍자했던 코미디언들의 통찰력이 놀랍기만 하다. 

옛날 문학 중에 패관문학(稗官文學) 이라는 것이 있다. 민간의 이야기를 기록해 전하는 패관들이 민간에서 수집한 이야기에 내용을 더하거나 빼거나 하여 새로운 형태로 발달시킨 문학이다.

그런데 현대 대한민국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를 전하면서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패관문학(稗官文學)을 다시 부활시키는 그 창의력이 놀랍기만 하다. 덧붙이자면 민간의 소문 등을 주제로 한 패관소설은 조선 시대에는 허황된 이야기를 퍼트린다고 하여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2. 어떤 일을 모든 사람들이 같은 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 아니, 그렇게 보아서도 안된다. 그런 일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정치제도로 채택한 나라에서는 각자가 다르게 볼 권리가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의견이 내 생각과 다를 때 주체성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조선시대에도 다른 당(사람)의 의견을 비판할 때도 모두 선비라는 인식으로 공존하며 공론(公論)에 입각해 비판·경쟁했다는 점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론으로 비판하고 경쟁하면서 서로가 다른 부분과 같은 부분을 인정하며, 서로의 생각의 차이를 줄여 좀 더 나은 생각, 좀 더 나은 의견, 좀 더 나은 공론을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며 제대로 된 시민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3. 우리가 흔히 명품이라고 부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는 스스로를 명품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 타이틀이 아니라 내용을 소비자가 인정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그런 지위와 권력을 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화점에 입점한 수 많은 브랜드들이 ‘순수한 가죽 제품, 우수한 디자인’이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손님의 선택을 받기 어렵지만, 진짜 실력있는 브랜드는 조용히 새로운 상품을 진열하는 순간 소비자들이 바로 선택하는 것이다.

현실에서든 사이버 공간에서든 토론은 무조건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철학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말로 차분히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공론화하는 것이 토론이지, 복면을 쓰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제대로 된 토론이나 공론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기의 모습을 감추고 오직 노래 실력을 겨루는 TV프로그램 복면가왕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먼저 실력을 보여주고 경쟁하지만, 결국에는 복면을 벗고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25일) 오죽했으면 포털 ‘다음’이 댓글을 폐지한다는 발표를 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오직 나 뿐은 아닐 것이다.

이장호 기자  yeojupe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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