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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담- 인구절벽, 인구 찢어 먹기

여강여담- 인구절벽, 인구 찢어 먹기

  • 기자명 조용연 /여주신문 주필
  • 입력 2019.10.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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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기미 없는 벼랑 끝, 합계출산율 0.98

조용연 /여주신문 주필

세계 최저출산, 최고령국가 먹구름 이미 덮여

’인구감소가 코 앞이다‘ 벼랑에 선 것은 확실하다. 작년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낳을 수 있는 평균 출생아 수)이 1명 아래(0.98)로 세계 최저 기록 경신이다. KTX가 ’다자녀 동반 운임할인‘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내린 것만 봐도 아이 셋은 이제 ’희귀한 집‘이 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다. 미국의 미래예측사업가 해리덴트는 ’인구절벽‘이라는 말로 경고하면서 이태 전에는 ‘부의 절벽’이라는 책을 내고 ‘절벽’ 시리즈로 재미를 보았다. 인구감소를 ‘진도 9’의 초대형 지진에 비유한 영국의 인구학자 폴 윌리스의 ‘인구지진’도 인구재앙의 경고다. 대한민국은 2045년이면 고령화율 37%로 노인 인구 1900만 명,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인 세계 최고령국가로 등극(?)한다는 예측이 진행 중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박정희’시대 산업화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는’ 산아제한 프로젝트는 이제 와 보니 대표적으로 실패한 정책이 되어 버렸다. ‘예비군훈련’ 빼주면서 정관수술 권유하던 애국이 매국의 지경에 내몰릴 줄이야. 땟거리 걱정, 보릿고개의 탈출이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겪은 입장에서 이해 못 할 바도 아니지만 세상이 이렇게 바뀔 줄을 몰랐던 것은 중국의 ‘1자녀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10년간만 따져도 150조 원을 쏟아부은 정책치고는 완전히 망한 정책 표본이다. 인구복지에 레미콘 타설(打設)하듯 돈을 쏟아부어도 이혼율은 높아지고, 결혼율도 출산율도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갈 데까지 가 보자’는 정책이 되어버렸다. 2007년 ‘결혼하면 1억, 출산하면 3000만 원 주겠다’는 허경영 대통령 후보의 발언을 웃긴다고 하던 사람들이 면목 없게 되었다. 오죽하면 야당 원내대표까지 “차라리 아이 낳으면 1억을 주자”고 했을까. 전혀 근거 없는 얘기도 아닌 게 되었다. 이제 연 30만 명 선에 달랑거리는 신생아 울음이 귀하게 되었다. 그렇게라도, 돈으로라도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출산율 1.7명일 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프랑스는 얼마나 현명했는가. 우리는 그 때마저도 놓쳤다. 손주들이 뛰어노는 명절 풍경은 <그때를 아십니까> 필름 속에서나 보게 될 지경이다. “성묘를 할 거냐 말거냐, 벌초 대행이 효나 불효냐” 하는 논쟁도 이내 덧없는 사치가 될 것이다. 대세인 솔로 군단(나홀로족)이 개·고양이를 끼고 사는 세상, 2054년 ‘국민연금이 바닥’난다는 불길한 전망, 집집이 하나씩 낳는 세상에서 비화된 젠더간 갈등은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다. 병역특례의 급감, 의무경찰관의 멸종과 이를 대체하는 경찰관 대량충원으로 호황을 맞고 있는 ‘노량진수험시장’은 인구감소시대가 불러온 ‘뜻밖의 장면’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저마다 비상인데 세종특별시만 특별하게 느긋하다. 22만 명이 전국에서 이사 왔으니 사람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합계출산율만 봐도 1.7명으로 서울의 0.8명의 두 배가 넘는다. 공무원의 절대 머릿수와 공무원에게 준 아파트 특별분양 효과가 제대로 먹혔다. 시골 군 단위는 자신들의 예견된 소멸에 자구책을 찾아 난리다. 우선 현금다발을 경쟁적으로 흔들면서 유도해 보지만 ‘언발에 오줌누기’다.

여주 인구는 올 8월 기준으로 11만 1095명으로 지난해보다 500여 명 줄었다. 속살을 들여다보면 고등학생 이하가 4% 줄고, 노인이 3% 늘었다. 그나마 수도권에 매달려 있어 이 정도지 저 남쪽 시골에 비하면 선방이다. ‘여주·이천·양평’이란 말은 ‘이천·양평·여주’로 순위가 바뀐 지 오래다. 지자체가 인구 늘리기에 골몰하는 것은 순전히 ‘인구 찢어먹기’다.

한 이불 덮고 자는 형제들이 서로 끌어당겨 제 발 먼저 덮으려는 격이다. 누가 뭐라 하더라도 결혼하고 싶고, 아이 낳고 싶은 세상이 되어야 해결될 문제다. AI 인공지능 발달이 인구감소도 해결해 줄 거라는 낙관도 있지만 ‘절대 머릿수’는 있어야 나라가 유지될 것 아닌가. △집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라 연애·결혼·출산 생각이 싹 달아난 ‘3포세대’ 잿빛 청춘에게 공공임대주택이라도 최우선 공급해야 한다.△ 아이 데리고 출근하고, 손잡고 퇴근하는 회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MB의 ‘일 가정 양립정책’과 ‘박근혜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더욱 확장하는데 비상을 걸어야 한다.

’어느 정권, 누구 정책‘ 따질 일이 아니다. △비혼모도 당당하게 사는 사회를 지지해 세상 구경도 못 해보고 가는 생명도 구해내야 한다.△ ’반만년 한민족‘ 어쩌구 하지 말고 고등교육을 받은 새 식구로 ’다문화 이민사회‘를 만들어서라도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지켜가야 할 대한민국 아닌가. 그리 살다 통일비용이야 치르겠지만 남북이 하나 되는 그날, 인구문제가 한꺼번에 풀려 북녘 동포에게 엎드려 절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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