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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4만원이 삶과 죽음을 갈랐다

월 4만원이 삶과 죽음을 갈랐다

  • 기자명 이장호 기자
  • 입력 2019.10.2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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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여주신문 대기자

우선 이 칼럼의 제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칼럼의 제목은 2018년 11월 9일자 한겨레신문의 <종로 고시원 화재, ‘창문값’ 월 4만원이 삶과 죽음을 갈랐다>는 기사 제목을 차용했음을 밝혀둔다.

기사에는 종로고시원 화재 사건에서 창문 있는 방의 월세가 창문 없는 방보다 4만원 비쌌고, 창문이 있는 방의 사람들은 창문으로 탈출해 살아났지만, 창문 없는 방 사람들은 탈출에 어려움을 겪거나 끝내 목숨을 잃어다는 것이다.

월 4만원이 결정적 순간엔 목숨 값이 됐다.

여주시의 올해 10월 물가동향에 따르면 대부분 지역에서 치킨은 1만5천원, 탕수육은 2만원이다. 탕수육 2그릇 값에 해당하는 4만원이 목숨 값이 된 사람들의 넋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그리고 어제 여주시의회에서는 농민단체와 영세 농민, 고령 농민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여주시 농민수당 지원 조례안’이 최종 부결됐다. 조례기준으로 보면 여주시 농민수당은 최대 월 5만원이다. 그것도 한 집에 주는 금액이다.

월 5만원을 ‘퍼주기’라거나 ‘농민에게 용돈주려는 선심 행정’이라며 입에 거품을 물었던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퍼주기’와 ‘용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퍼주기는 굳이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들의 고급스러운 취미 활동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며, 용돈은 먹고 살만한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푼돈을 쥐어주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여주시의 모든 사업에 국도비를 포함해야 한다면 전액 시비로 운영하는 모든 사업을 접어야 한다. 지방자치제도는 주민들이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을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것이지, 국가나 광역자치단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기에 지방자치를 할 능력이 없는 지방자치단체라면 차라리 해산하는 것이 맞다. 

월 5만원으로 농민의 삶이 획기적으로 나아지진 않는다. 

어떤 사람은 5만원으로 치킨 세 마리 사면 5천원이 남고, 탕수육 2그릇 사면 1만원이 남는 적은 돈이다.

그러나 대다수 농민수당의 대상이 될 뻔한 영세농민과 고령 농민에겐 다달이 돌아오는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금액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농민수당은 지역화폐로 지급되니 동네 농약사에서 무 씨앗을 사거나 비닐 한 두루마기를 사게 될 것이지만, 어찌 됐든 팍팍한 농촌 살림에 작은 숨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월 5만원의 농민수당은 극빈에 가까운 위기에 몰린 농민과 그 가족에게는 종로고시원의 창문과 같은 ‘생명의 문’이며,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는 ‘희망’이고, 쌀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농민들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 그리고 인간다움의 표출이다.

내년 1월에는 여주 시내 식당에서 가족끼리 외식하고 농민수당으로 받은 여주사랑카드로 결제하는 농민 가족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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