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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평등권을 허(許)하라!꼭 필요하지 않은 복지 지원은 기부하는 사회가 되길
  • 이장호 여주신문 대기자
  • 승인 2019.09.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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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 여주신문 대기자

사람은 누구나 안전한 환경에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가지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같은 공동체에서 사는 사람들은 같은 공동체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이런 삶을 살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것은 현대국가가 아니라 고대에서부터 있어 온 공동체의 의무다.

복지라는 말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제도다.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는 ‘반드시 국민의 생활 수준을 고르게 높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제11조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헌법재판소는 ‘평등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 헌법의 최고 원리’며 ‘평등한 대우 요구는 모든 국민의 권리로, 국민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인정했다.

지난 2010년 김황식 총리는 “약자라고 무조건 봐주지는 말아야 한다”, “응석받이 어린이에게 하듯이 복지도 무조건 줘서는 안 된다”면서 학교 무상급식과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를 ‘과잉복지’ 사례로 거론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는 ‘친서민·복지 확대’임에도 소신 발언(?)을 한 것이다. 김 총리는 또 “노인이라 해서 다 노령수당을 주는데, ‘노령수당 한 달에 몇만 원씩을 왜 나한테 주나. 진짜 필요한 사람을 주자’고 나한테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이 보도를 접하고 총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의 노인이라면 지하철을 타거나 노령수당이 없어도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복지를 ‘보편적 복지’나 ‘선별적 복지’ 또는 ‘과잉복지’로 나누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김황식 총리 방식의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안 줘도 되는 사람들에게도 준다거나, 재벌 총수 자녀에게도 ‘아동수당’을 줘야 하냐는 논리다. 그러나 세금은 결국 국민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고, 그 국민에는 서민뿐 아니라 부자도 포함된다. 그런데 세금은 서민보다 부자가 더 많이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자의 입장에서 보면 세금은 많이 내면서 복지에서 제외되면 부자는 국민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평등권을 박탈당한 것이 된다.

세금을 낸 사람과 복지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같아야 한다. 그래야 피 같은 돈으로 내는 세금이 아깝지 않다. 흔히 소득인정액 상위 1%에 드는 “삼성그룹 이건희 손주도 아동수당 받아야 하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득인정액 상위 1%면 세금으로 내는 돈의 액수도 상위권이다. 이건희 손주의 부모가 내는 세금은 다른 아이 부모가 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은 분명하기에 이건희 손주도 아동수당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재용의 자녀는 2000년생과 2004년생으로 아동수당 대상자는 아니다.

이제 이야기를 여주로 돌려보자. 올해 초 여주시에서 여성청소년 위생용품 지원 조례를 만들었을 때도 김 총리와 비슷한 논리를 편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어르신 한 끼 식사 사업을 두고도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여성청소년 위생용품 지원 안 받아도 된다”라거나 “우리 부모는 무료 한 끼 식사가 없어도 된다”는 사람도 있다. 또 앞의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없어도 된다며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원 안 받아도 될 정도로 생활 형편이 넉넉하다면 선별적 복지를 선호한다는 이유로 지원정책을 비판하기보다는, 지원받은 만큼의 금액을 청소년 복지나 노인복지에 써 달라고 기탁하는 기부문화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더 이상 가난을 증명해야하는 복지가 아니고, 복지에 ‘보편’이나 ‘선별’, ‘과잉’이라는 말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꼭 필요하지 않은 지원으로 받은 혜택을 기부로 실천하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이장호 여주신문 대기자  yeojupe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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