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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도 아니고 실없이 왜 웃어?”
강대필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

몇 해 전 한 마을의 어르신을 찾으러 경로당에 들렀을 때 한창 웃음치료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끝나기를 기다려 뵙기로 한 어르신을 만났다. 인사치레로 ‘많이 웃으시니 젊어지고 건강해지시겠어요?’라는 질문에 어르신은 마뜩찮은 표정으로 ‘미친놈도 아니고 실없이 왜 웃으라는지 모르겠네? 이게 아무리 사람한테 좋다고 해도 미친놈도 아니고...’ 말끄트머리를 살짝 놓아버리신다.

현재 여주시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다. 꽤나 많은 어르신들과 마을 경로당이 혜택을 받고 있으며 때론 강사를 구하기 어렵다고도 한다. 물론 한 해 수억원의 예산까지 투입된다.

그렇다면 여주시에 거주하시는 어르신들의 여가활동이 매년 조금씩 더 활발해지고 있는가? 그로인해 어르신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는가? 실적이 아닌 성과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프로그램 보고서가 실적으로 채워져 있다.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더 많은 참여와 만족을 얻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단순한 만족을 넘어 어르신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지역사회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등의 성과도 함께 고민해야 될 것이다.

또 하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여가활동에 어르신의 직접 선택권은 모두들 관심 밖의 사항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단체의 선택권만 존재할 뿐이다. 물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욕구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과정이 어르신의 선택권 충족에 포함될 수 있는가? 어르신이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제한적이다. 더 나아가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거나 직접 설계해 운영하는 방식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욕구조사를 과연 합당하다고 할 것인가?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단체들 더 많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 노력하고 더 많은 대상자를 참여시키기 위해 힘쓴다. 그러나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가 있으니 그것은 공급자 중심의 사고다. 예를 든다면 동일한 비용으로 더 많은 실적을 위해 참여율이 높은 경로당을 우선 선정하고 섭외하기 쉬운 강사, 프로그램으로 선택을 줄인다. 사회복지 서비스의 제공은 실적이 아닌 참여자들의 필요성과 욕구에 기반해야 하지만 현실은 실적을 바탕으로 하는 평가에서의 결과가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예산 통제와 결산의 용이함을 내세워 당사자인 어르신들에게 직접 예산이 지원되는 프로그램은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어르신들의 여가를 위한 프로그램은 정해진 몇 개의 메뉴에서 선택되어져야 하고 그나마 선택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가는 경제적 활동에서 벗어나 자신의 흥미와 재미를 위해 행해지는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여가를 국가에서 책임져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보조금을 통해 지원되는 여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기에 어르신들의 여가 선택권을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자신의 흥미와 재미를 위해 어르신 또는 어르신 집단이 스스로 원하는 여가 프로그램을 계획하여 제안하고 그것을 심사하여 예산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전혀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경로당에 모이신 어르신들이 논의해서 프로그램을 결정하고 그에 적합한 강사를 섭외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는 체계는 아마도 주민자치와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여주신문  yeoju@yeoju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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