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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을 줄이자.

로드킬을 줄이자.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9.07.01 08:55
  • 수정 2019.07.0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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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덕연 이포초 하호분교장 교사

여주시는 로드킬 동물사체 수거처리를 빨리하기 위해 행정시스템을 24시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참으로 환영할 일이다. 더 빨리 했어야 할 일이다. 운전하고 가다 로드킬 당한 사체를 보면 놀라기도 하고 처참해진 모습에 기분이 불쾌하기도 하다. 더구나 그 사체를 피해 가려고 무리하게 운전한 경험이 누구에게나 여러 번 있었을 것이다.

나도 죽은 동물사체를 좀 치워달라고 민원전화를 넣은 적이 있다. 담당자의 대답은 마을 이장에게 처리를 부탁하라는 대답이었다. 시에서는 면이나 읍사무소에게 넘기고, 면이나 읍에서는 이장에게 넘기는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은 겨울철 눈 치우는 일도 이 시스템이었다. 행정편의적인 시스템일 수 있다.

그런데 새로운 시스템은 로드킬 수거 운반 용역대행 업체와 계약하고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도 성공하려면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시민정신이 필요하다. 나만 피해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성공할 수 없다.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다보면 어쩔 수 없이 갑자기 달려드는 동물을 로드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아무도 못 봤다고 해도 운전하는 운전자는 안다. 그럼 바로 운전을 멈추고 차를 길가로 세워 동물의 상태를 살펴서 신고해야 한다. 또, 뒤 따른 운전자는 피해가려고만 하지 말고 신고를 바로 해야 한다. 로드킬 방지 차량스티커에 신고전화번호를 넣어 배포할 필요가 있다.

여주시는 산과 들 그리고 하천과 강이 잘 어울러져 있어 사람살기 좋은 곳이지만, 동물들도 살기 좋은 곳이다. 우리 동네에도 야생동물이 많다. 고라니가 집 텃밭에 심어 논 콩잎을 다 따먹은 때도 있고, 멧돼지가 채 여물지도 않은 고구마 밭을 로터리치듯 초토화 시킨 일도 있다. 고라니는 논에서는 매일 자고 가는듯하다. 동네사람들은 밭 주위에 그물망을 치지 않으면 농사짓기 힘들다고 한다. 고라니가 먹지 않는 작물을 선택해서 농사짓기도 한다.

로드킬 당하는 동물 중 고라니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 많이 산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물사슴(water deer)이라 해서 무척 귀하게 여긴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흔한 동물이지만, 누구에게는 귀한 동물일 수도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맹수가 사라진 산하에서 고라니 개체수는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같다. 최고의 천적이 자동차가 아닌 듯싶다.

또 로드킬 많이 당하는 동물은 야생 고양이이다. 여름철에는 로드킬 당한 뱀도 꽤 많이 본다. 고양이는 옛날에 집에 쥐가 많아서 쥐잡이용으로 많이 키웠지만, 요즘은 반려동물로 많이 키우고 있다. 문제는 야생 고양이, 들고양이다. 달리는 자동차보다 더 빠른 듯 휙 지나가기도 하고, 자동차와 부딪쳐도 운전자가 부딪친 느낌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로드킬 당한 동물을 빨리 치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로드킬 없는 여주시로 만드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운전자들에게 로드킬 주의 차량 스티커를 나눠주면서 홍보를 한다든지, 로드킬 주의 표지판을 더 많이 길가에 세우는 방법도 있다.

로드킬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차량의 속도를 줄이는 방법이다. 자동차 속도 30km면 거의 로드킬이 일어나지 않는다. 40~50km도 전방을 잘 주시하면 어느 정도 로드킬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거의 막힘이 없는 여주시 외곽도로를 60km속도로 달리는 운전자들은 많지 않다. 운전은 습관이다. 좀 느긋하게 달려보고 빨리 달려 보기도 하면서 목적지까지 걸린 시간을 살펴보면 차이는 10분을 넘지 않는다. 10분에 야생동물 생사가 걸린 문제이다.

사람과 동물과의 거리로 생태지표로 삼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유럽여행을 갔다 온 분들은 야생동물들이 사람 가까이 와서 두려움 없이 있는 걸 신기해하는 걸 봤다. 새도 그렇고 토끼도 그렇고 사슴도 공원에서 그냥 스스럼없이 지낸다. 사람과 동물사이 거리가 가깝다. 우리나라는 조금 멀다. 우리나라는 비둘기가 사람을 보고도 못 본체하는걸 빼면 거의 모든 야생동물이 사람을 보면 도망가기 바쁘다. 별 해칠 마음이 없고, 가까이 다가가 보고 싶은데, 놀라 달아난다. 여주시는 사람과 동물 사이 거리를 다른 지자체보다 가까운 곳으로 만들면 생태환경 지자체로 여주시 이미지가 좋아질 것이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

로드킬 당한 동물 사체를 빨리 치우는 일도 중요하고, 신고 잘하는 시민의식도 중요하다. 아울러 여주시에서 운영하는 ‘야생동물구조대’도 만들어 생명을 존중하고,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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