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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 쓰레기와 헬기 소음에 신음하는 남한강

낚시꾼 쓰레기와 헬기 소음에 신음하는 남한강

  • 기자명 이장호 기자
  • 입력 2019.06.2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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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변 점동면 도리 마을 “최소한의 평온을 희망합니다”

 

공해를 넘어 생활 위협

여주시 남한강변의 작은 마을인 여주시 점동면 도리가 수년 전부터 낚시꾼들과 미군 헬리콥터, 레저용 경비행기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강원도의 섬강과 용인에서 발원한 청미천이 남한강과 합수해 지나는 이 마을은 약2.5km의 제방 안쪽에 72가구의 120여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들어오고 나가는 길도 하나여서 조용할 것 같은 이 마을 주민들이 본격적인 피해를 호소하기 시작한 것은 약4년전 부터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피해는 낚시꾼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강변에 쌓이기 시작한 각종 쓰레기와 야간에 미군 헬리콥터가 이곳에서 훈련을 하면서 발생하는 소음, 주말이면 인근 충청북도 음성군 앙성면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날아오는 경비행기의 소음 등으로 일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단순히 쓰레기나 소음 공해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공해를 넘어 주민의 생활 위협 수준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낚시꾼과 캠핑족의 쓰레기 처리 

이 마을 민이식 이장은 “최근에는 낚시꾼뿐 아니라 캠핑하는 사람들도 찾아와 제방이나 강변 심지어는 개인 사유지 밭에 캠핑카를 세우는 경우도 있다”며 “쓰레기뿐 아니라 용변을 본 후에 흙으로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강변에 가기가 겁날 정도”라며 피해를 호소했다.

민 이장의 설명이 아니어도 ‘여강길’의 ‘아홉사리과거길’로 통하는 걷는 길 입구엔 캠핑카가 세워져 있어 들어가기 어려운 상태였고, ‘여주 도리지구공원’로 불리는 강변에서는 미군 공병대 야전 캠프와 낚시꾼들의 차량과 텐트,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이식 이장은 “오늘은 평일이라 그나마 사람들이 없는 것이고 최근 주말엔 버스로 몰려와 낚시대회도 열었다”며 주말이면 제방과 강변에 사람들이 가득해 주민들의 산책도 방해받지만, 조금 비켜달라거나 길을 내달라고 했다가는 “무슨 권리로 그러냐”며 면박이나 봉변당하기가 일쑤라는 것.

민 이장과 함께 상류 도리섬까지 가는 동안 쌓인 쓰레기 더미에는 사용하던 1회용 가스통을 그대로 버린 것도 발견돼 환경오염뿐 아니라 폭발 위험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강변 중앙에 조성된 파고라와 야외화장실이 설치된 쉼터는 잡초가 무성하고, 쓰레기 투기장으로 변한 것은 물론이고 화장실은 오물이 넘쳐 전혀 관리되지 않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민이식 이장은 “마을 주민 대부분이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어서 청소에 힘이 부친다. 쓰레기를 모으는 것도 공공근로사업을 지원받아 청소한 것”이라며 “올해도 10여 차례 면사무소의 지원을 받아 쓰레기를 처리했는데 이제는 미안해서 말도 못 꺼낼 지경”이라며 어려움을 밝혔다.

걷는 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여강길’에 따르면 ‘아홉사리과거길’이 포함된 이 코스를 걸을 때마다 학생들과 클린워킹캠페인을 하면서 매번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치웠다고 한다.

미군 헬리콥터와 경비행기 소음 

낚시꾼과 캠핑족의 쓰레기와 용변 배설물이 상수원보호구역인 마을의 환경오염과 불쾌감을 주고 있는 가운데 마을 주민들이 겪는 또 하나의 고통은 ‘소음’이다.

조용한 마을에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미군 헬리콥터의 굉음은 마을의 평온을 깨뜨리는 동시에 일부 주민의 정신적 불안감을 높이는 등 정서적 피해뿐 아니라 낮게 비행하는 훈련을 펼치면서 지붕과 창문이 들썩일 정도여서 이러다가는 집이 부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들 정도다.

농촌 특성상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일찍 잠을 청하지만 훈련이 한 번 실시되면 밤잠을 설치기 일쑤일 뿐 아니라, 시골사람들의 유일한 휴식인 TV 시청도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마을 주민들은 그나마 강변에서 실시하는 미군 공병대 훈련은 제방에 의해 소음이 줄어들지만 강을 따라 낮게 비행하는 훈련이 펼쳐지면 소음뿐 아니라 먼지 날림 등 다양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미군들의 훈련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더 화나게 만드는 것은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 등에 이곳으로 날아드는 경비행기다.

주민들에 따르면 금요일 저녁부터는 인접한 충청북도 앙성군의 경량비행기 이착륙장에서 이륙해 이곳으로 오는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경비행기와 초경량비행기들의 소음은 그 불쾌함이 미군 헬리콥터 못지않다.

낚시와 캠핑 금지구역 지정해야 

민이식 이장과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낚시꾼과 캠핑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가져 온 쓰레기는 되가져 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비닐 봉투에 담아 마을 길을 지나다 아무 곳에나 던져 버리거나, 으슥한 곳에 감춰놓거나 강변 모래밭에 묻지 말고 최소한 분리수거라도 제대로 해서 가져가 달라는 것이다. 또 여주시나 관련 당국에서 이 마을 강변을 낚시금지구역과 캠핑금지구역으로 지정해 주민 피해를 막아달라는 것으로 요구가 아니라 하소연에 가까운 마을 사람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여주시는 “국가하천의 하천부지라 여주시가 거기에 어떤 지정을 할 권한이 없다며 하천부지 관리청에 건의를 해보는 것이 여주시가 할 수 있는 권한”이라는 설명이다.

미군 훈련에 대해서도 “여러 경로를 통해 국방부에 의견을 전달했고 최근 국방부와 미군 관계자들이 여주시청에서 주민들을 면담했지만 어떤 결론도 나오지 못한 상태”라며 주민들의 어려움은 알지만 도울 길이 없다는 답을 내놨다.

최소한의 평온은 보장해야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평온한 삶을 살기 위한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며, 이와 동시에 도리 마을을 찾아 휴양을 하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것은 마을 주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를 가져달라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희망하는 것이 많은 예산이 들어가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어, 도리 마을 문제에 여주시 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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