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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물하하夏, 축제의 새로운 모색

찬우물하하夏, 축제의 새로운 모색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9.06.1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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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봉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실무위원

지방자치제 이후 무분별하게 열리고 있는 갖가지 축제의 문제는 획일성이다. 우선 축제의 유형이 비슷하다. 컨셉도 엇비슷하고 출연하는 가수도 엇비슷하고 비용도 엇비슷하게 든다. 결국 수많은 ‘장윤정’을 반복적으로 만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어느 축제를 가더라도 똑같다. 차별성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이건 말하자면 전국 어느 관광지를 가나 똑같은 닭볶음탕을 먹어야 하는 것과 같다(예전에는 이걸 닭도리탕이라 불렀다. 이 명칭도 전국이 똑같다). 당연히 식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제는 다양성이다. 말하자면 ‘다품종 소량생산’이 더 적합하다 하겠다. 절대 ‘소품종 다량생산’이 아니다. 소품종 다량생산은 백화제방 시대에 맞지 않는다. 민주주의 시대는 문화적 취향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얼마 전(지난 6일~9일) 열렸던 <찬우물하하夏>가 좋은 사례이다. 전시와 공연을 곁들인 나흘간의 이 행사는 축제의 새로운 모델이랄까 새로운 전범이랄까, 그 단초를 보여줬다.

이번 행사에는 서예가 전기중의 ‘열두 개 부채’라는 서예 작품, 고광윤의 '작은 그림 큰 마음'이라는 수십 편의 그림일기, 김계룡의 ‘하하好好 솟대’ 이십여 점, 서각작가 강연희의 ‘평화의 서각’ 이십여 점, 퍼즐제작자 최새힘의 퍼즐 십여 점 등 다양한 분야 5명의 작품이 세 채의 민가에 전시되어 관람객을 맞았다. 여기에 북내면 서원리 주민 히말 파니(Himal Pani)라는 분이 농가 벽에 그린 벽화까지 치면 하나를 더 추가할 수 있겠다.

부대행사로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진행된 음악회에는 1백여 명 남짓한 인원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틀 동안 음악회에 출연한 20여 명의 출연진은 대부분 여주시민들이고 이 중 소수 전문인은 재능기부 차원에서 출연하였다(이 분들이 상백리 주민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라 할 수도 있겠다).

별도로 상백리 주민들이 준비해 강변에서 진행된 ‘보리축제’에 많은 관람객이 다녀갔는데 이 두 축제는 상호 시너지효과를 주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단출한 ‘찬우물하하夏’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내년을 기약하게 되었다. 남은 과제는 어떻게 해야 ’찬우물하하夏‘가 남긴 숙제를 풀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과제의 핵심은 다양성이다.

우선 여주시는 소규모 축제, 혹은 동호회 발표 등에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마도 비슷비슷한 현재의 축제 한두 개만 줄여도 작은 축제 수십 개를 지원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유지, 발전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기여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될 것이다.

시사점을 주는 사례가 있다. 현재 러시아에는 옛 소련 시절 활성화된 수만 개의 시낭송 모임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모임은 주로 멤버들이 창작한 신작을 낭송하며 친목을 도모한다. 비슷한 모임은 동유럽국가 여러 나라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데 이러한 활동이 그 나라 문화의 저력을 형성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러시아나 동유럽국가에서 노벨상 수상 시인이 자주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축제가 그냥 이뤄진 것은 아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여주시지부장이기도 한 서예가 전기중 선생이 기획을 주도했고 두 채의 빈집과 살림집 한 채를 전시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동의해 준 기부자들이 있었다. 그밖에도 재정적 지원을 해준 12명의 시민이 있었다. 향후 여주시 관계자들이 눈여겨보고 방향을 잡는데 머리를 맞대고 함께 숙의할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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