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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빈곤 2

노인과 빈곤 2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9.06.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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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서비스 중복과 빈곤의 상관관계>

강대필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

천장에는 비가 샌 흔적이 역력하고 흙벽에 나무를 대어 벽지로 마감한 집안 벽을 두드리자 힘없어 흙이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당장 집수리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는 충분했다. 낡은 창호는 처음 설치되었을 당시 창호의 색이 무엇인지 짐작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바래있었으며 창문도 없는 화장실에는 온갖 곰팡이와 세숫대야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80세가 훌쩍 넘긴 어르신을 보고 있자면 당장이라도 집을 지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하지만 현실은 도배와 장판 교체할 수 있는 여력밖엔 없다. 물이 새는 지붕을 수리하는 비용만 700만원이 넘는 상황을 감당할 현실적인 방법이 없어 어르신께 LH공사에서 지원하는 저소득층 임대주택 지원사업을 연계해 드리고자 설명해 드렸다. 설명을 다 들으신 어르신의 반응이 다소 의외였다. 현재 살고 계신 집을 떠나기 싫다고 하신다. 돌아가신 남편이 직접 지은 집으로 아무리 낡고 허름해도 고쳐서 살지 집 자체를 옮기지 않겠다고 선언하셨다. 어찌되었건 어르신의 집을 고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다.

사회복지 서비스를 논하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나오는 말이 서비스의 중복이다. ‘연탄을 주려고 가봤더니 이미 다른 단체에서 500장을 주고 갔더라. 그래도 연탄을 드리고 오긴 했으나 마음속에는 찜찜함이 남아있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 또한 ‘김장김치를 예쁘게 포장해 가져다 드렸더니 이미 냉장고에 다른 단체에서 지원한 김장김치 한통이 들어있었다. 매번 받는 사람만 계속 받는다는 느낌이다.’라는 푸념도 기억에 남는다. 심지어 ‘연말 불우이웃돕기로 20kg 여주쌀을 드렸는데 여러 단체에서 하도 많이 받아 장날 쌀을 내다 팔았다더라!’는 믿기 어려운 얘기도 있었다.

서비스의 중복은 사회복지가 해결해야할 문제 중에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겨울한철을 나기 위해 연탄이 최소 1500장 가량 필요한데 300장을 지원하면서 다른 단체에서 이미 500장을 지원했으니 중복지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상당히 의문이 든다. 각 가정마다 김치냉장고를 가득 메우고 있는 김장김치를 다음해 초여름까지는 소비할 것이다. 그만큼 많이 필요한 김치가 유독 저소득층에 지원될 때는 일괄적으로 ‘10kg, 한 통’이 불문율처럼 지원 기준이 된다. 두 통을 지원했다고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것인가?

앞서 얘기한 어르신의 경우 중복 서비스라는 개념에서 자유로울 것인가? 만약 집 전체를 수리하지 않고 창호개선공사 사업, 도배․장판 지원사업, 욕실 개선사업, 지붕개량사업, 보일러 지원사업 등의 세분화된 사업으로 접근한다면 이미 보조금 또는 예산으로 창호개선공사가 지원된 가구이므로 나머지 사업 대상자에서 제외될 것이다. 중복 방지를 위해 이렇게 분절화된 서비스로 지원되는 것이 합당한가?

사회복지 서비스의 지원은 종합적으로 판단해 충분성을 갖도록 지원해야 한다. 일률적인 기준으로 접근한다면 5명으로 구성된 1가구와 혼자 살고 있는 1가구가 동일하게 지원받아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래야 사회복지다.

빈곤한 어르신에게 연탄 300장, 김치 한 통이 더 지원되었다고 동일한 서비스에서 탈락시키는 무자비함보다는 얼마를 지원해야 다른 단체에서 지원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겨울을 날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자비로움이 요구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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