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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의 노자와 평화24. 밥찌꺼기와 군더더기
장주식 작가

마당 한 귀퉁이에 흙을 쌓아 조그마한 동산을 만들었습니다. 복수초, 작약, 양지꽃, 동자꽃, 처녀치마, 금낭화, 용머리 같은 키 작은 풀꽃과 뻐꾹채나 취 같은 키 크는 식물도 심었답니다. 마침 취와 뻐꾹채 옆에 삼년 생 작은 소나무 하나가 있었죠.

여름이 되어 풀잎이 무성할 때 소나무는 아예 보이질 않습니다. 그런데 풀잎이 말라 떨어지고 줄기만 앙상하게 남았을 때 소나무가 짜잔! 하고 자태를 드러내더군요. 겨우내 소나무는 녹색으로 창창합니다. 소나무는 자기를 빛내려는 욕심이 없는데 계절이 자연스럽게 만든 광경인 것이죠.

봄 산에서 우리는 그런 놀라운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겨우내 소나무 녹색과 활엽수들 갈색만 보기에 지쳐갈 때쯤, 노랗게 빛깔을 드러내는 생강나무를 보게 됩니다. 생강나무 꽃이 질 때쯤 산 벚이 흰색으로 빛나고 곧이어 진달래가 연분홍으로 산을 물들입니다. 다음에는 철쭉이나 산목련이 또 자태를 드러냅니다.

마치 무대에 배우들이 번갈아 출연하여 연기를 펼치는 것 같습니다. 이 꽃 배우들 연출은 누가 맡았을까요? 바로 ‘자연’이란 이름을 가진 감독입니다. 감독이 하는 연출에 배우가 따르지 않으면 갈등이 생기겠지요. 감독과 배우가 갈등하는 방향을 노자는 네 가지로 설명합니다.

“자기만 빛나고 싶어 한다.”

“자기가 옳다고 우긴다.”

“자기가 잘했다고 자랑한다.”

“자기를 뽐냄이 과하다.”

물론 빛날 만하고, 옳고, 잘했고, 뽐낼 만하여 그런 긍지를 가질 만한 배우를 전제조건으로 합니다. 하지만 빛내려하다가 어두워지고 옳다고 우기다 그르게 되고 자랑하다 미움 받고 뽐내다 벗을 잃습니다.

생강나무가 노란 꽃을 한 겨울에 피워보려 한다면 제 빛을 내기 어렵겠지요. 다른 꽃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무대에 나설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다른 배우가 무대에 나설 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하고요. 그럴 때에 각자가 가진 빛이 온전하게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위 네 가지 함정에 자주 걸려듭니다. 우리 속에 들끓고 있는 욕망이 그렇게 하라고 시키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만 멈춰야 하는데도 뒷발을 들고 서서 어떻게든 좀 더 멀리 보려하고 샅이 찢어져라 다리를 크게 벌려 빨리, 멀리 가려합니다. 발돋움하면 오래 설 수 없고 가랑이를 크게 벌린 걸음으로는 오래 걸을 수 없는데도 말이죠.

또 노자는 말합니다. 위 네 가지 함정은 마치 누군가 먹다 남긴 밥찌꺼기와 같고 굳이 안 해도 되는 군더더기 행동이라고 말입니다. 밥찌꺼기와 군더더기는 누구나 싫어합니다. 간이 뒤섞인 찌꺼기를 누군들 먹고 싶겠어요? 그런데도 스스로 밥찌꺼기가 되려하니 노자가 보기에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군더더기는 요즘 유행하는 말 ‘갑분싸’와 같다고나 할까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행동을 해서 분위기만 싸하게 만드는 언행이라는 뜻입니다.

드러날 빛깔은 알아서 환해지고 드러날 옳음이면 당연히 정의가 되고 드러날 자랑이면 알아서 인정되고 뽐낼만한 일이면 내가 마다해도 주변에서 칭송할 겁니다. 물론 끝끝내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엔 가만히 끌어안고 가슴에 품어 감춰버리면 마음은 깊은 물처럼 고요할 겁니다. 바로 이것이 노자가 말하는 평화가 아닐까요.

<도덕경 24장 : 企者不立(기자불립)하고 跨者不行(과자불행)이라. 自見者不明(자현자불명) 하며 自是者不彰(자시자불창)하며 自伐者無功(자벌자무공)하며 自矜者不長(자긍자불장)이라.

其在道也曰(기재도야왈)하기를 餘食贅行(여식췌행)이오 物或惡之(물혹오지)라하니 故有道者不處(고유도자불처)하니라.>

발돋움하면 오래 설 수 없고 가랑이를 크게 벌린 걸음으로는 오래 갈 수 없다. 스스로 드러내려는 자는 오히려 밝게 빛날 수 없고, 스스로 옳다하는 자는 오히려 뚜렷할 수 없고, 스스로 자랑하는 자는 오히려 공을 인정받지 못하며, 스스로 뽐냄이 지나치면 오래갈 수 없다. 도를 지닌 사람은 말한다. ‘그런 일들은 먹다 남긴 밥찌꺼기나 하지 않아도 될 군더더기 행동이라. 세상 모두가 싫어한다.’ 그러므로 도를 지닌 사람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여주신문  yeoju@yeoju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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