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유난히 기념일이 많다. 5월 1일 노동자의 날을 시작으로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0일 유권자의 날, 11일 입양의 날, 12일 부처님오신 날, 15일 스승의 날, 18일 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 19일 발명의 날, 20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25일 방제의 날, 31일 바다의 날이다. 5월 11일은 동학농민혁명일인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올해가 첫 국가 기념일이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인데, 일선의 한 교사가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다고 국민청원을 올렸다. 스승의 날 폐지를 주장하는 주된 이유는 본래의 의미는 퇴색하고 교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날로 변질되었다는 의견이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폐지가 아니면 ‘교육의 날’로 바꾸면 어떨까? 란 의견도 있다. ‘기관사의 날’이 아닌 ‘철도의 날’, ‘판사의 날이 아닌 법의 날’이 있는 것처럼 ‘교육의 날’ 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유이다.
더구나 ‘교사의 날’이 아닌 ‘스승의 날’은 더욱 부담스럽다. 스승은 교사 중의 교사인 셈인데, 10월 1일 ‘국군의 날’이 아닌 ‘군장성의 날’,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이 아닌 ‘부농의 날’이라면, 일반 군인들은 마음이 어떨까?, 농사짓는 분들은 기분이 어떨까? ‘스승의 날’이 되면 왜 부담스러운지 교사들이 느끼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소위 ‘김영란법’으로 청렴이 강조되는 때에 스승의 날이라고 고사리 손으로 들고 온 비타민음료 한 병, 색종이로 오려 만든 꽃도 하나 받기 어색하고 불편한 날이 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스승의 날 맞이 학생대상청렴퀴즈대회를 연다고 했다가 부랴부랴 취소하는 소동을 벌였다. 선생님께 돈을 모아 케이크 선물을 해도 되는지, 스승의 날 선생님께 카네이션 한 송이 드려도 되는지, 등을 묻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청렴교육을 해야 되는 것은 맞지만, 교직사회가 어디보다 먼저 청렴이 자리잡아가고 있는데 굳이 때맞춰 청렴이벤트를 하는 것이 불쾌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스승의 날 즈음에 이런 설문조사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어느 단체(서울교사노조)에서 설문조사에 의하면 교사들이 가장 많이 힘들어 하는 일은 ‘학부모의 비합리적인 민원’과 ‘교사를 무시하고 교사를 괴롭히는 학생의 언행’(65%)이라고 한다. 또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할 교육현안으로는 ‘교권보호’와 ‘학교폭력대책위’의 교육청이관 (83%)로 꼽았다. 학생, 학부모로부터 교육권 침해가 날로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하고, 학교폭력으로인 인한 업무가 많아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스승의 날이 되면 옛날 자기를 가르쳤던 선생님에 대해 늘 추억처럼 한마디씩 이야기를 하는데, 주로 무지 무식하게 매 맞았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당구 채와 대걸레자루는 보통이고, 야구방망이, 쇠파이프까지 나온다. 물론 촌지 이야기도 많다. 옛날 학교는 무지 형편없는 교사들이 많았다는 걸 은근히 드러낸다. 요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교육에 대한 열정을 찾아보기 힘들고, 직업으로서 교사일 뿐이란 말을 서슴없이 한다. 이래저래 교사들은 스승의 날에 씁쓸하다.
공자는 서너 명이 함께 있으면 그 중에는 한 명쯤 본받을만한 스승이 있다고 말했지만, 서너 명 중에서 자기가 잘났다고 꼰대짓하기 십상인 요즘 공자의 말씀도 퇴색됨을 감출 수 없다. ‘선생’은 먼저 살아서 ‘선생’이다. 먼저 살아서 경험이 남다른 것뿐만 아니라 선생이 아닌 스승은 깨달음을 줄 수 있는 분이고 혜안과 지혜가 있는 분이다. 선생님이 나서서 ‘내가 네 스승이다.’ 라고 말할 선생님은 하나도 없다. 만약 그런다고 하면 그러는 순간 이미 스승의 자질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스승은 겸손하기까지 해야 한다.
어찌했거나 열심히 가르친 제자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스승의 날에 선생님들은 자기 교직 삶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좀 더 잘 가르칠 마음을 되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