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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의 노자와 평화22. 굽은 건 온전하다
장주식 작가

서울 한가람미술관에서 하는 ‘피카소&큐비즘’ 전시회 구경을 갔습니다. 서양 입체파 화가들 그림이 많이 걸렸고, 그들이 영감을 받은 원시부족들 조각상도 전시되어 있더군요. 네 번째 전시실에서 다섯 번째로 넘어가는 길목에 피카소가 한 말이 큼직하게 걸려있습니다.

 

“창조는 파괴로부터 시작한다.”

같이 간 동료가 이 말을 보고 놀라더군요. 참 멋진 말이라고 말이죠. 그래서 내가 물었습니다.

“저건 흔한 말인데? 피카소가 처음 한 말 같지도 않고.”

“난 처음 봐. 정말 훌륭한 말이라고 생각되는 군.”

“이천년 전에 중국사람 장자는 이런 말을 했지. 책상을 만들려면 나무를 베어야 한다고.”

“오. 비슷한 말이군 그래. 하지만 피카소 말이 훨씬 멋있다.”

대화를 더 길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미술관은 조용히 눈으로 보고 생각해야 하는 공간이니까 말입니다.

피카소나 장자 말은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노자의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굽히면 곧아지고 파이면 채워지고 적으면 얻게 된다.’는 표현들이 그렇습니다. 확대하면 남자는 곧 여자, 여자는 곧 남자라는 말도 가능합니다. 어떤 철학자는 남성 속에는 여성성이 있고 여성 속에는 남성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도 합니다. 남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여성화 되는 경향이 있다는 말도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노자는 ‘하나’를 껴안아야 세상을 살아가는 통찰이 생긴다고 주장합니다. 그 하나란 바로 모순의 통일을 말합니다. 밤과 낮은 모순인 것 같지만 결국 하나란 것이죠. 부와 가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 속에 가난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는 질병입니다. 건강할 때에 자만하면 곧 병이 들 수도 있습니다. 미국 작가 수전 손택이 한 말을 하나 인용해 볼게요.

“일단 사형 선고를 받고 나면, 당신은 태양도 죽음도 똑바로 쳐다보지 않으려 할 겁니다. 당신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차지요. 그러나 당신의 마음속에는 끊임없이 강해지고 깊어지는 뭔가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걸 생명이라고 부른답니다.”

수전 손택은 어려서 아버지를 결핵으로 잃고 나중에 어머니는 폐암으로 여윕니다. 자신은 43살에 유방암 4기를 선고 받고 힘든 투병생활을 거쳐 3년 만에 완치판정을 받습니다. 하지만 20년 뒤 다시 자궁암으로 고통 받다 자궁절제수술을 합니다. 부모를 질병으로 잃고 자신은 두 번이나 암 투병을 했지만 ‘질병은 그저 질병이며, 치료해야 할 그 무엇일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질병과 관련하여 『에이즈와 그 은유』『은유로서의 질병』두 권의 책을 출간합니다.

인용한 말에서 사형선고는 암 같은 병에 걸렸을 때 의사가 진단하는 순간을 말합니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더 강해지고 더 깊어지는 ‘생명’이 살아 움직인다고 수전 손택은 말합니다. 질병과 생명은 모순인 것 같지만 결국 하나인 것이죠. 생명 속에 질병이, 질병 속에 생명이 통일된 모순으로 존재하는 거니까요. 통일된 모순이라고 하는 이 ‘하나’를 껴안을 때 세상이 어떤 모습인가 하는 통찰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노자는 바로 그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죠.

<노자 도덕경 22장 : 曲則全(곡즉전)이라! 枉則直(왕즉직)하고 窪則盈(와즉영)하고 幣則新(폐즉신)하고 少則得(소즉득)하며 多則惑(다즉혹)이라. 是以聖人抱一(시이성인포일)하여 爲天下式(위천하식)이니라. 不自見故明(불자현고명)이요 不自是故彰(불자시고창)이요 不自伐故有功(불자벌고유공)이요 不自矜故長(불자긍고장)이요 夫唯不爭(부유불쟁)하니 故天下莫能與之爭(고천하막능여지쟁)이라. 古之所謂曲則全者(고지소위곡즉전자)가 豈虛言哉(개허언재)리오. 誠全而歸之(성전이귀지)하라.>

굽은 건 온전하다! (어찌하여 그런가?) ‘굽히면 곧아지고 파이면 채워지고 헤지면 새로워지고 적으면 얻고 많으면 헷갈린다.’ 따라서 성인은 ‘하나’를 끌어안아 세상의 법도가 된다. (하나란 무엇인가?) 스스로 드러내지 않기에 더욱 밝고, 스스로 옳다 하지 않기에 빛나고, 스스로 내세우지 않기에 공이 있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기에 오래가며, 다투지 않으므로 세상 그 누구와도 싸우지 않는다. 예전부터 ‘굽은 건 온전하다’고 하는 말이 어찌 빈말이겠는가. 참으로 온전하여 ‘하나’로 돌아감이라.

 

여주신문  yeoju@yeoju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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