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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와 배제의 정치의 문제점
신철희 한강문화연구소 소장

오늘은 일반대중에게는 좀 생소한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가 말년에 쓴 대작인 <피렌체사>(1525년)다. 아직 한글 번역본도 없는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을 소개하려는 이유는 요즘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마키아벨리가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메디치 가문에 의해서 공직에서 쫓겨난 마키아벨리는 어떻게든 공직에 복귀하려고 노력한다. <군주론>도 그런 목적을 위해서 쓴 책이었다. 오랜 기간 동안 메디치 가문으로부터 외면 받던 마키아벨리는 드디어 1520년에 메디치 가문 출신인 교황 레오 10세로부터 피렌체의 역사를 쓰도록 명을 받는다. 공직에 복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마키아벨리는 5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피렌체사>를 쓰게 된다.

이 책의 주제는 서문에 분명하게 서술되어 있는데,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조국인 피렌체라는 도시의 분열과 시민들 사이의 증오, 그리고 그것의 결과를 다루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마키아벨리는 갈등과 분열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모든 도시와 국가는 다양한 생각과 이해관계, 출신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이기 때문에 갈등과 분열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또 그것을 잘 관리하면 고대 로마 공화정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오히려 도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갈등과 분열이 파벌의 발생으로 이어질 때 생긴다. 마키아벨리는 파벌이 발생하지 않는 분열은 이롭고 파벌이 발생하는 분열은 해롭다고 규정하면서 파벌의 발생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공적인 방법이 아니라 사적인 방법으로 자기 세력을 규합해서 명예를 얻으려고 할 때 발생하고, 또 한 가지는 권력을 독점할 때 발생한다.

한 때 화려한 꽃을 피웠던 피렌체라는 도시가 어떻게 쇠락의 길로 갔는지를 분석한 이 책에서 마키아벨리는 결국 피렌체가 지속적인 파벌의 발생으로 그렇게 됐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마키아벨리가 생각한 파벌 발생의 가장 큰 책임은 길드를 통해서 부를 축적한 중산층인 포폴로(popolo)에게 있었다. 그들은 다른 세력과 권력 다툼을 할 때 적당한 선에서 멈출 줄 몰랐다. 독점욕과 배제의 정치가 그들의 특징이었다. 분열을 도시의 발전에 선용했던 고대 로마와 비교해서 당대 피렌체의 상황을 마키아벨리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로마의 초기에 민과 귀족 사이의 대립은 논쟁으로 해결된 반면에, 피렌체에서는 싸움으로 해결되었다. 로마에서는 법으로 해결된 반면에, 피렌체에서는 많은 시민들의 망명과 죽음으로 해결되었다. 로마에서는 대립이 항상 군사적 힘을 증강시킨 반면에, 피렌체에서는 그것을 완전히 말살시켜버렸다....로마의 민은 최고의 명예를 귀족과 함께 누리려고 한 반면에, 피렌체의 민(포폴로)은 귀족의 참여 없이 정부를 독점하려고 싸웠기 때문이다.”

피렌체의 포폴로는 귀족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후 귀족을 정치에서 배제했다. 그런데 적이 사라지자 단결이 유지될 줄 알았지만, 권력을 독점하려는 그들의 성향은 자기들 안에서 끊임없는 분열과 갈등을 낳고 말았다.

필자가 <피렌체사>로부터 오늘날 한국 정치와 관련해서 참고하고 싶은 것은 바로 권력 독점과 배제의 정치의 폐해다. 지금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독한 진영논리와 선악 구분법에 의해서 어떻게든 자기편은 옹호하고 상대방은 말살하려는 태도다. 최근 패스트트랙 상정과 관련해서 여야 사이에 극심한 갈등이 벌여졌고 급기야 청와대에 상대당 해산 청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한 번 묻고 싶다. 정말 상대당이 없어지면 우리정치가 싹 바뀌고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실제로 정당 해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별로 없을 것이고, 이것이 일종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는 점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렇게 과열된 정당해산 청원 경쟁에서 우리 정치가 뭔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강한 느낌을 받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일까?

피렌체는 양보하고 절제할 줄 모르는 포폴로의 독점욕 때문에 파벌이 끊이지 않아서 도시의 힘이 소진되었고, 결국 옛날의 화려한 영광을 회복하지 못했다. 누가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겠는가?

여주신문  yeoju@yeoju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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