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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농민기본소득제

聖농민기본소득제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9.04.22 12:58
  • 수정 2020.10.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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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선 여강농인

한 때
귀 밝고 눈 밝은 시인들이
이 땅에 더러 있어서
밥이 하늘님이라고
농부가 하늘님이라고
노래하던 시절 있었는데

 

아궁이 앞
어머니 한숨 소리 깊어
솟뚜껑을 열 수 없다면
밥 푸던 누이가
뒤란 앵두꽃이 낯설다며
밥상이 아주 낯설어 진다면

 

사람이 하늘님이라는
일하는 농부가 하늘님이라는
대자대비한 말씀
어디서 들으신적 있는 아버지가
못자리 하러 논에 가야하는데
논 바라보는 것이 큰 죄를 지은
것 같다는
논에 가는 것이 두려워진다는

 

쌀 한 공기값
250원을 300원으로 올려달라고
300원은 되어야 우리가 살수 있다고
광화문 광장에서 고함을 지르고
돌아온 날
논 뵈옵기가 무섭다는
밭이 너무 불쌍하다는
농부 하늘님들

 

밥값만
밥값만 생각하면
잠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들녘만 바라보면 눈물이 나와서
논밭 보기가 두렵다면 송구하다면
그것은 딛고 선 땅
갈아엎으라는 깊게 갈아엎으라는
하늘님 명령
지엄한 명령

 

저 논둑은
따수운 둥근 밥상
저 들녘은
이 세상에서 아주 크다란 밥상
그 논에서
그 들녘에서
가장 거룩한 밥이 익어갈 때
그때 그 밥 생명의 밥
이천식천以天食天*의 밥
함께 나누는 일 거룩한 일이요
솥뚜껑 함께 여는 일 거룩한 일이요
밥상 함께 드는 일 거룩한 일이요
그 일 바로 그 일 거룩한 첫삽을
뜨는 일이
聖농민기본소득제요

 

*이천식천
생명이 생명을 취한다는
하늘님이 하늘님을 드신다는
동학 인내천 사상의 요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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