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예의염치[禮義廉恥]

예의염치[禮義廉恥]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9.04.15 10:46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석대 여주시 산북면 주민자치위원장

예절ㆍ의리ㆍ청렴ㆍ부끄러움을 아는 태도. 이를 사유(四維)라고도 한다. 불교에서는 전생에 예의염치가 없는 사람이 가는 곳이 축생계라고 하는데, 축생계는 육도세계 중 짐승으로 태어나는 세계를 말함이고, 생전에 저지른 악한 일에 대한 대가로 죽은 뒤에 짐승이 되어 괴로움을 당하는 세계를 말한다. '염치'란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근래에 가장 예의염치가 없는 부류로 분별되는 계층이 국회위원과 같은 선출직과 고위공직자들이다. 그들이 국민의 의사와 기대에 너무 못 미치는 행동들을 자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언론을 통해 살펴보면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닌 듯하여 염려스러움이 더욱 커져만 간다.

선출직공직자들이 가지는 직무 중 핵심은 시민의 뜻을 살피고 그것이 시정에 부합되게 하는 일에 가장 우선하는 것이다. 정해진 규정에 따라 의결하는 논의과정에서 의견이 갈라져 찬반에 대한 논쟁과 투표를 통해 결론이 나오게 되면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정해진 결정에 따르는 것이 가장 올바른 태도인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결정을 당리당략이거나 무리의 이해관계를 성사시키기 위해 비상식적인 방법을 통해 손바닥 뒤집듯이 하는 일은 마땅히 이유막론하고 비판받아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그러한 일들을 가장 공정하게 살피고 운영하여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에 의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면 시민들은 엄정한 잣대와 눈높이를 통해 자질과 능력에 대한 평가와 책임을 물어야함이 당연하다. 이것은 민주시민이라면 지적하고 질책해야 할 권리이자 의무가 되는 것이다.

옛날에 중국에서는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을 네모난 판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각 모서리에 동아줄이 매어져 하늘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연결된 동아줄을 유(維)라고 하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 동아줄이 낡고 약해지면 새롭게 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유신(維新)이다.

관자(관중)의 목민(牧民)편에 네 가지 동아줄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하나가 끊어지면 기울게 되고, 두 줄이 끊어지면 위태로워지며, 세 개가 끊어지면 뒤집어진다. 네 줄 중 하나만이라도 있으면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네 개가 끊어지면 망하는 것이 아닌 멸(滅)하게 되어 모두 소멸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한 국가와 인간을 지탱하고, 균형을 잡고 있는 네 개의 동아줄, 즉 사유(四維)는 국가나 가정이나 한 개인에게 모두 동일한 원리로 적용되는 것으로 예(예절)•의(법도)•염(청렴)•치(부끄러움)의 네 가지를 말하고 있다.

예(禮)란 원칙과 기본을 넘어서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절(節)이란 규칙과 제도를 말한다. 원칙이 아닌 변칙과 한번 정한 규칙을 번복하는 것은 예의 조화로움과 절의 화음을 맞지 않게 하는 것으로 불협화음을 자초하는 것이다. 의(義)란 자신만을 위해 스스로 나아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남들보다 앞서려는 생각이 많아지면 신의를 저버리게 되는 것이다.

권력이든 금전이든,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조금 더 유리하거나 뜻을 쟁취하려는 사람에게선 신의와 정직함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염(廉)이란 나쁜 것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는 결백(潔白)이며 투명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사로운 마음이나 나쁜 마음을 숨기는 것이 아닌 투명하고 공정함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청렴함은 공정한 판단에서부터 시작된다. 치(恥)는 굽은 것, 나쁜 것을 따르지 않는 다는 의미이다. 왕(枉)이란 굽은 것을 말하는데, 왜곡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사실을 사실로 보지 않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라 비상식적인 행동이나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듯 하나의 동아줄 또는 두개이상의 동아줄이 끊어지게 되면 한 가정이나 지역이나 국가는 기울거나, 위태로워지고 뒤집어 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유신을 통해서 다시 새롭게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 필요해진다.

진영논리에 따라 원칙을 어기는 것, 이해타산에 따라하는 사사로운 행동, 공정치 못한 태도와 비상식적인 행위를 상식화 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 가장 든든하게 네 개의 동아줄이 매어져 있는 사회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에서만 적용되는 일이 아니라 한 개인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일이다. 우리는 "예의염치"를 훈련하고 , 인재들을 보살피고 키워야 하며 이러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곳곳에서 예의염치가 작동되는 사회나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곳을 균형 있고, 평안하게 발전시키는 길이 되는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시절에도 졸업식장이나 행사장에 염치없는 고위 공직자나 총장이 나오면 경멸의 표시로 의자를 돌려서 앉기도 하였던 학생과 시민들 있었는데 지금의 지식인이나 시민 그리고 젊은이들에게서 그러한 의식과 기개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한편 예의염치는 국민의 먹고사는 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경제와 경기가 어려워 의식(衣食)이 부족하면 어느 겨를에 예의를 따르겠냐며 세종대왕께서는 임지에 나가는 신하들을 불려 당부를 하였다.

"금년은 여름은 가물고 겨울은 더워서, 명년의 농사가 어떨지 알 수 없다. 이제 들으니, 각도 군(郡)·읍(邑)에 식량이 떨어진 백성이 꽤 많다고 한다. 백성을 구제할 방법을 항상 가슴에 생각하라. 옛날에는 백성에게 예의염치를 가르쳤으나, 지금은 의식이 부족하니 어느 겨를에 예의를 다스리겠느냐. 의식이 넉넉하면 백성들이 예의를 알게 되어, 형벌에서 멀어질 것이다. 그대들은 나의 지극한 마음을 본받아 백성들을 편안하게 기르는 일에 힘쓰라."< 세종 7년 12월 10일 >

지역과 나라의 경제가 넉넉해지면 백성은 스스로 예의를 알게 되고 나쁜 것을 하지 않게 된다는 말씀이었다. 허울 좋은 임기응변식 정책이나 인기몰이처럼 이벤트성 쇼맨십 정책으로는 진정으로 백성을 구제하는 방법을 가슴으로 생각하는 목민관이 되라는 세종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인구정책의 근본적 대안과 지역균형발전 계획을 통한 정책만이 지역이 새롭게 변하게 됨을 선출직 공직자나 고위 공직자들이 유념하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