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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드러내 쟁취한 기초생활수급자

가난을 드러내 쟁취한 기초생활수급자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9.03.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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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필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

우리나라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완벽하게 가난하고 철저하게 사회적으로 고립되어야만 가능하다. 과연 이 말은 사실일까? 안타깝게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1급 중증장애인인 A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A씨의 아내는 비장애인이다. 그런 아내에게 암이 발견되어 급히 수술대에 올랐다. 이미 여러 곳으로 전이되어 세 차례 가량 수술을 받았고 힘겨운 항암치료 과정도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의 벌이와 약간의 장애수당 등으로 생활하던 A씨는 수술비와 치료비를 지원받기 위해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결과는 지원불가였다. A씨의 장성한 두 자녀가 직장을 다니고 있으며 두 자녀 모두 약 200만원의 소득이 발생한다는 것이 그 사유였다. 미혼인 두 자녀의 월 200만원 수준의 급여가 오롯이 부모의 병원비와 생계비로 쓰이면 과연 그 자녀들의 미래는 희망차고 밝은 것인가? 빈곤과 장애의 문제가 개인 또는 한 가정의 문제로 국한되어 지원하지 않는 것이 맞는 것인가? 상당한 의문이다.

A씨가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두 자녀와 의절하면 된다. 내가 낳은 자녀가 맞지만 더 이상 서로 왕래하지도 않을 것이고 연락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는 각서(?)를 써서 행정복지센터에 제출하면 부양의무자에서 두 자녀가 빠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A씨는 국가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설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가까운 행정복지센터에 문의하시면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왜 이토록 철저하게 가난을 증명해야만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것이기에 부정수급을 차단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A씨의 사례에서 보듯이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기엔 우리가 사는 현실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중앙정부의 복지서비스 혜택이 이렇듯 한계가 명확하다면 여주시 차원의 복지서비스 혜택을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물론 재원확보라는 큰 산이 명확히 보인다. 하지만 당장 실현할 수 없더라도, 한 호흡 길게 내쉬더라도 지금부터 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인간의 기본권 실현에는 여당도 야당도, 전문가도 비전문가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이들을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적 차이는 논의의 틀 내에서 얼마든지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은 오롯이 시장만의 복지정책이 아니며 또한 중앙정부의 복지서비스를 전달하는 1차적 소임만을 목표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협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여주만의 복지정책을 구축하기 위해 당장이라도 논의가 시작되어 공공 재원 투입의 우선순위를 재논의하기 바란다. 이런 논의들이 우여곡절(?) 끝에 출범을 앞둔 ‘시민행복위원회’에서 다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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