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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의 <리바이어던>과 사회계약론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사회계약론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9.03.1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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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희 한강문화연구소 소장

정치학에서 가장 유명한 이론이라면 아마 사회계약론을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도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주요 내용은 널리 알려져 있다. 사회계약론의 핵심 주장은 근대 국가의 기원과 정당성이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 사이의 계약과 동의에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법과 명령에 복종할 우리의 의무도, 반대로 국가에게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줄 것을 요구할 우리의 권리도, 모두 우리 개인들의 동의로부터 국가가 생겨났다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계약론의 중요한 전제는, 알 수 없는 먼 옛날에 우리 조상들이 한 날 한 시에 한 자리에 모여 계약을 맺고 국가를 건설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역사적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사회계약론은 역사성에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계약론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이 이론이 현재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국가의 역할과 매일 겪고 있는 정치적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계약론의 등장에 선구적 역할을 한 책이 바로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1588-1679)의 <리바이어던>(1651년)이다. 구약성경 <욥기>에 등장하는 거대한 동물 ‘리워야단’에서 제목을 빌려온 이 책은 사회계약론의 이론적 기초를 세웠을 뿐 아니라 근대정치학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린 대 저작이다. 서양 정치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책 세 권을 꼽는다면 플라톤의 <국가>와 함께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정도로 역사적 비중을 지니고 있다.

<리바이어던>은 매우 방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사회계약론에 집중해서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회계약을 맺기 전(즉 국가가 존재하기 전)의 자연상태에서는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복종시키는 공통의 권력이 없는 상태에서의 무한한 자유가 오히려 모든 사람을 비참한 상태에 처하게 만든다. 그 유명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주권자에게 자신의 권리를 양도하는 계약을 맺어서 국가(사회)를 건설하고 법과 질서 속에서 평화를 누리게 된다는 것이 사회계약론의 대략적인 구조다.

하지만, 홉스의 주장을 오늘날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당대 영국의 혼란한 정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고심이 담겨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회계약에 의해서 탄생한 주권(통치자)의 절대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수용하기 힘들다. 따라서 우리가 <리바이어던>의 현재적 의의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회계약을 과거에 발생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지속적으로 재확인하고 다짐해야 하는 갱신 가능한 약속으로 여길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홉스의 <리바이어던>이 근대국가의 존재 근거가 ‘완전하게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의 동의에 있다는 점을 밝힌 혁명적 업적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최근에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이 주제를 다룬 책들도 많이 출간되고 있다. 몇 년 사이에 발생한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으면서 국가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된 것이다. 필자는 홉스의 <리바이어던>이 국가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는 이해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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