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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그 이상의 메시지’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

‘언어 그 이상의 메시지’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9.02.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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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사)한국갈등해결센터전문위원, 서울.수원가정법원 화해권고위원

6명의 가족이 경기도 어느 산 속에 위치한 산장을 운영하게 된다. 산장을 방문한 어떤 손님의 방에선 무엇인가를 갈아 내는 소리가 들리고 가족 중 아들인 송강호가 그 손님의 방으로 맥주를 배달한다. 방문을 열었을 때 쓸쓸한 뒷모습만을 보였던 손님은 중저음으로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학생, 학생은 인생이 뭐라고 생각해?” 그때 송강호는 이렇게 말한다. “저 학생 아닌데요.” 그 다음날 손님은 기다란 방 열쇠를 자살도구로 쓴 채 시체로 발견된다.

이 내용은 1998년에 제작된 영화 ‘조용한 가족’ 중 일부이다. 영화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산장에서 죽어나가는 블랙 코미디극이다. 20여년이 지나 영화의 스토리가 기억이 나지 않아도 한 장면이 특별히 각인된 이유는 상황과 맥락의 이해 없이 가볍게 툭 던져진 ‘저 학생 아닌데요.’라는 송강호의 대사였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하니 상사가 나를 보며 이야기 한다. “OOO씨 따뜻한 커피 마시고 싶지 않아?” 만약 영화 속 송강호 캐릭터였더라면 “마시고 싶어요.” 혹은 “안 마실래요.”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상사의 짧은 질문은 언어 그 이상의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기에 “제가 커피 한잔 타 드리겠습니다.”라고 많은 사람들은 대답할 것이다. 이런 고맥락 문화가 낯선 외국인이 봤을 땐 ‘예, 아니오’로 답하면 될 것을 왜 본인이 커피를 탄다고 했는지 이해가 어려울 것이다.

에드워드 홀(Edward Hall)은 고맥락(High Context)문화권과 저맥락(Low Context)문화권을 구별한 바 있다. 서양은 저맥락 문화가 지배적이고, 동양 특히 한국과 일본은 고맥락 문화가 우세하다고 정의했다. 저맥락 문화에서는 주로 언어, 대화, 글, 정보 등에 의해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직설적이다. 반면 고맥락 문화에서는 한 시점의 상황적 배경과 맥락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요소이며 우회적인 표현이 많다. 맥락이 높은 사회에서는 상황이 프로그램화 되어 신속하고 간결하고 효율적 일 수 있지만 프로그램화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이 불안전하다. 앞서 말한 송강호는 고맥락 문화에서의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한때 유행한 적이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는 저맥락 문화에 익숙하고 금성에서 온 여자는 고맥락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둘이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선 상대는 나와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된다. 이를 수용했을 때 오해와 불신, 편견 등이 제거되고 온전히 상대를 바라 볼 수 있다. 상대는 나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폭은 훨씬 넓어질 것이다. 집단주의 문화가 견고할수록 고맥락 문화권이 지배적이고 개인주의 문화가 강할수록 저맥락 문화권이 우세하다.서양의 저맥락 문화권에서는 사람을 맥락에서 떼 내어 보기 때문에 개인은 집단에 대하여 지극히 독립적이다. 반면 동양의 고맥락 문화권에서는 개인과 집단과의 조화를 중시하므로 집단적 가치를 우선시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문화권의 영향에 대한 이해는 다양한 의사소통에 있어서 중요한 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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