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최종편집:2024-03-28 11:17 (목)
실시간

본문영역

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9.01.21 11:34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 자연스러운 길

장주식 작가

선거가 끝나고 나면 논공행상이 벌어집니다. 후보자 당선에 공을 세운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보은을 바라게 되죠. 당선자도 빚을 갚아야 한다는 부채감을 안게 되고요. 그런데 보은인사가 도에 지나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람마다 능력에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자기 능력을 넘어서는 자리를 보은인사로 차지하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이나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그래서 토사구팽이란 말도 있고 개국공신은 죽음을 당하기 마련이라는 말이 생겨납니다. 기껏 토끼를 사냥해다 줬는데 삶아 먹히는 개는 얼마나 억울할까요? 목숨 바쳐 공을 이뤘더니 한 자리 주지도 않고 오히려 죽이려 드니 이런 배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노자는 말합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길이라고요. 공을 이뤘으면 물러나는 것이 천도(天道)라는 겁니다.

중국 고대 한나라 개국공신으로 장량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소하, 한신, 장량은 유방을 도와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건국한 3걸입니다. 셋 중에서도 장량 공이 가장 컸죠. 그래서 큰 도움을 주는 인물을 ‘장자방’이라고 부르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자방’은 장량의 자입니다.

장량은 항우를 완전히 패배시킨 뒤 스스로 물러납니다. 누가 봐도 일등공신임이 분명하지만 장량은 아주 작은 고을 하나를 맡아서 갑니다. 반면 소하는 승상이 되고 한신은 큰 제후국을 차지하려듭니다. 결국 소하는 옥에 갇히고 한신은 죽임을 당합니다. 소하와 한신이야 말로 토사구팽의 전형입니다. 그러나 장량은 끝까지 권력을 멀리함으로써 온전하고 평화로운 생애를 누립니다. 노자가 말하는 ‘공을 이루고 물러나는’ 모습을 잘 보여준 것이죠.

큰 고을이나 작은 고을이나 권력을 갖게 된 사람은 잘 처신해야 합니다. 내가 권력을 갖게 된 뒤에 갑자기 다가오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 사람은 내가 가진 권력을 이용하려는 것입니다. 사람을 잘못 만나면 권력은 남용 내지는 오용하게 되지요. 약물을 오남용하면 몸을 망치고 권력을 오남용하면 한 고을이나 한 나라를 망치게 됩니다. 한 가지 일화를 들어볼게요.

27세 어린 제자인 자유가 ‘무성’이라는 고을 수령이 되자 공자가 놀러갑니다. 자유는 스승이 찾아오시니 너무 기뻐 극진하게 대접합니다. 즐거운 식사자리가 끝난 뒤 공자가 묻습니다.

“너는 사람을 얻었느냐?”

“네. 담대멸명이란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냐?”

“지름길로 다니지 않으며 공무가 아니면 제 방을 찾지 않습니다.”

“음.”

공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자유가 수령으로서 함께 정책을 의논하고 실천할 인물, 담대멸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공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다는 것으로 봐서 자유가 얻은 인물이 마음에 든 거지요. ‘지름길’이란 공명정대하지 않은 방식을 뜻합니다. 정책을 세우고 실행할 때 다양한 길이 있습니다. 지름길은 분명 빠르고 실행이 쉽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요. 수령을 공무가 아니면 찾아오지 않는다는 건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군요. 수령이 신뢰를 보내는 자리에 있지만 사사로운 이익을 얻으려는 행동이 아예 없다는 말입니다. 아마 담대멸명은 자유가 내쳐도 전혀 섭섭해 하지 않을 겁니다. 써 주면 정성을 다하다가 버리면 고요히 물러나 공부하는 그런 사람일 테니까요. 권력을 따라다니며 껄떡대는 그런 인물이 결코 아니니까요. 사람은 부유해도 교만하지만 지위가 높아져도 교만하기 쉽습니다. 교만은 만 가지 재앙을 부르는 원인이니 조심하고 또 조심할 일입니다.

 

<노자 도덕경 9장 : 持而盈之(지이영지)는 不如其已(불여기이)하고 �而銳之(췌이예지)하면 不可長保(불가장보)로다. 金玉滿堂(금옥만당)하면 莫之能守(막지능수)하고 富貴而驕(부귀이교)하면 自遺其咎(자유기구)로다. 功遂身退(공수신퇴)는 天之道(천지도)이니라.> 자꾸 가져서 채우는 건 버림만 못하고 다듬고 다듬어 날카롭게 하면 오래 견디지 못한다.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하면 지키기 어렵고 부귀하여 교만해지면 스스로 재앙을 부른다. 공을 이루고 몸이 물러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길이다.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