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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엿보기
강대필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

 

연말이라 더하는 것 같다.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나면서도 끝까지 광고를 쳐다보기가 쉽지 않다. 주로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영양실조에 걸려 앙상하게 뼈만 남은 어린아이들이거나 한겨울 차가운 방에서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소년소녀들이 주로 등장한다.
‘빈곤 포르노’라는 말이 있다. 소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모금과 배분을 주 업무로 하는 자선단체들이 모금을 위해 가난을 선정적으로 다루는 영상을 의미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TV광고를 통해 후원을 바라는 자선단체의 영상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측은지심은 물론 당장이라도 광고 자막에 나오는 ARS로 전화를 걸어 후원을 시작할까라는 생각도 들게 마련이다.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어린아이를 돕는다든가 분쟁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나 학교를 세워주는 고귀한 일에 왜 하필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포르노’라는 단어를 덧칠했을까? 끝까지 보기 민망하고 안타까워 채널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회복지도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논리에 입각해 경쟁이 기본이 되었다. 후원금 모금도 경쟁이다. 단체의 규모를 늘리고 사업을 늘리기 위해선 후원금이 절실하다. 그렇다면 후원을 모금하는 실무자들의 입장에선 어찌할 것인가? 일반 대중들의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을 자극적인 영상이 필요하다. 가장 어렵고 힘든 사례만 찾아다닌다. 더 나가서는 사례를 조작하기도 한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폭로되었듯이 깨끗한 우물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더러운 웅덩이에 고인 물을 어린아이에게 먹도록 유도해 더 자극적으로 영상을 만드는 깜찍한 일탈을 감행하기도 한다. 빈곤을 엿보기는 너무 쉽다. 그들에게 알량한 몇 푼의 돈 또는 물품을 준다면 그들은 기꺼이 자신들을 드러낸다. 많은 단체들은 빈곤을 완화시키기 위해 근본적인 제도의 모순이나 해결 방안을 모색하지 않는다. 단순히 세상 사람들에게 빈곤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측은지심을 유발한다. 심하게 얘기하면 자선단체들의 밥벌이를 위해 빈곤을 이용할 뿐이다.
단순히 일회성 지원만으로 빈곤층들의 생활이 변화되지 않는다.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필요하며 변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재원이 필요하고 눈앞의 성과를 바라지 않고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휘발성 측은지심의 발로가 아닌 그들의 삶의 변화를 바라는 후원이 되기를 빌어본다.

여주신문  yeoju@yeoju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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