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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독자 詩] 강의 법설法說

[월요독자 詩] 강의 법설法說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9.01.07 13:04
  • 수정 2019.01.0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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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선1980년 '창작과 비평'지로 등단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 역임

저 노래

저 말씀

분명히 들었는데 전해 드리지 못한 강의 법설 있었으니

빈 들녘이 논과 밭을 호명하는

너무 비천하여 꽃의 이름으로

한 번도 부름받지 못한

이 땅 풀들이 꽃들이 나무들이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모래톱이 파헤쳐져 집을 잃은 검은댕기해오리기들 눈물을

좌우로 나뉘어 총을 겨눈

양섬의 아수라 육이오 전설

쓰라린 이야기를 오래 품은 강물과 청미천이 여강과 합쳐지는 합수머리 누치가 여울에 알을 슬는 시간을

누 천년 지켜보신 여강의

저 노래는

저 법설은

저강

맨처음 어디서 연원한 것이랴

아주 외로운 곳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들이 모여

한 방울 이슬이 되었고 샘이 되었고 냇물이 되었고 마침내 강이 되어

천년 노래가 되셨는가

혹은 여강을 어머니로 모시며 사는

농부의 꿈이 되었는가

아니면 꿈을 빼앗긴 이들이 서로 기대어 여강평야가 되었는가

그리하여 강물은 바람이 고난이 떠밀고 가는 슬픔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어머니 여강

황해로 향하는 역사였던가

그런가 정녕 그러한가

여강에

어찌 노래만 있었으랴

어찌 그리움만 설레임만 있었으랴

오호라 그대 아픈 이름 차마 부를 수 없었으니 우리 어머니 사대강 남한강 여강

그대 바위늪굽이 그대 단양쑥부쟁이

그간 청안하셨느냐고

그대 형제들 무고 하셨느냐고

차마 여쭙기 무람한 겨울

어머니 명치 북내면 가정리 논밭에 기갑전차부대 훈련장이 왼말이냐며

횃불이 활활 타오르는데 타오르는데

저 불은 무엇이냐고 정녕 무엇이냐고

어머니 여강께서 물으시는데

나는 우리는 답 드리지 못하고

붉은 달이 푸른 별이 추수 끝낸 들녘이

오래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그러하온데

그러하온데

흐르지 않는 강

황해로 가는 길을 잃어버린 강

강천보 너머 강천리에서

아스라하니 들려오른 목메인 소리들 있었으니 죽임의 열병합발전소를 걷우어 달라는 차라리 우리 목숨을 걷우어 가라는

애원성이 극진한가 하였더니 아홉사리 길 끝나는 마을 도리섬 깊고 푸른 밤 북두칠성님 비나리 짓밟는 코브라 전투기 무자비한 굉음들 미움과 광기의 폭언들

대저 저 증오의 공격의 소리들... 미움으로는 증오로는 미움을 증오를 결코 결코 이길 수 없는데

구절초 피는 마을 늘향골 도리인데 그 도리는 그 구절초 향기는

어디 갔느냐고

어머니 여강께서 눈물 글썽이며 물으셨는데 나는 우리는 답드리지 못하였으니

아하 그 물음이 그 연민이

여강 마지막 법설이

부디 아니옵기를

아니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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