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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배우는 인문학] 뭘하고 놀까?

[한국어로 배우는 인문학] 뭘하고 놀까?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9.01.07 13:00
  • 수정 2019.01.0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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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새힘 작가

‘놀’은 큰 물결인‘너울’가리키면서 동시에 강원, 경북, 함남지방에서는 물을 헤쳐 배를 나아가게 하는‘노(櫓)’를 뜻하기도 한다. 또 낫의 슴베가 자루에서 놀지 않도록 구멍을 뚫어 못을 박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놀’과‘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노리’나‘놀이’는 구멍노리, 관자놀이, 눈썹놀이, 무릎노리, 배꼽노리, 어깨노리, 콧등노리, 허리노리와 같이 어떤 것의 주변을 뜻하는 말이다.‘노린내’ 또한 주변으로 퍼지는 냄새를 뜻한다. 이를 종합하여 볼 때‘놀’은 어느 정도의 범위를 두거나 움직이는 것을 뜻하는 말임을 알 수 있다.

‘놀다’라는 말은‘뱃속에서 아이가 놀다’라는 표현에서와 같이 일정한 곳을 중심으로 움직이다의 뜻에서 윷이나 춤을 노는 것과 같이 확대되어 나갔다. 여기에서‘노릇’,‘놀이’,‘노래’,‘노름’과 같은 말이 나오게 되었다.

특히‘노릇’은‘놀이’의 뜻에서‘구실’로 의미가 변한 것이다. 다음으로 ‘노닐다’는 15세기에는‘노니다’로 썼는데‘놀’과‘니’가 결합한 말로 한가하게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노는 것을 뜻한다.

새끼가 뱃속에서 노는 것과 같이 알속에서 노는 것은‘노른자위’이다. 15세기에는‘누른’처럼‘놀’이 아니라 ‘눌’로 표기 되어있지만‘노랗다’는‘놀’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이때도 이미 어느 정도의 의미와 소리가 분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중국에서는 흙의 색을 보고‘황(黃)’이라 하였다고 하는데 우리의 조상들은 알의 노른자위를 보고 노랗다고 했을 것이다. ‘노리다’와‘놀리다’는 모두‘놀이다’에서 분화된 말이다. 놀리는 결과로 상대는 놀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조금은 이상하다.

하지만‘노리다’는 무엇을 이루기 위해 사냥감 같은 목표의 주변을 맴돌며 기회를 보는 것을 가리키는데 반대로 노림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뜻밖의 공격에 깜짝 놀랄 것이다.

‘놀’과 비슷한 말은‘널’이 있다. ‘널뛰기’는 정월, 단오, 추석 무렵 여자들의 놀이로 움직임이 규칙적인 것에서 ‘놀’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널’에서‘널빤지’, ‘널널’,‘넓다’의 뜻으로 다시 확장되어 나갔다.‘녹’,‘녹다’,‘눈’도 음운이나 의미상‘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매우 밀접한 말일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우리는 오로지 재미로만 하는 일을 놀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원으로 살펴볼 때 옛날에는 철저하게 생존과 일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삶을 재미와 보람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주변을 살펴야 한다는 점에서는 변화가 없다. 무엇인가를 노리고 몸을 놀리지 않으면 놀림을 당하거나 놀라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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