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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받고 구박받는 여주 도자기에‘강소재단’필요하다

천대받고 구박받는 여주 도자기에‘강소재단’필요하다

  • 기자명 이장호 기자
  • 입력 2018.12.2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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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여주신문 대기자

여주는 예로부터 쌀과 도자기의 고장으로 명성을 이어왔다.
점동면 흔암리 선사유적지 발국 유물들은 청동기시대부터 쌀농사를 지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매룡리고분군으로 불리는 매룡동 출토 유물에서는 빈약한 수량이지만 부장된 토기들은 백제의 전통과 6세기 중엽이후 신라토기의 지방양식이 혼합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고대 삼국간의 접경지대였던 여주만의 고유한 문화적 특색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 따지고 보면 흔암리 유적에서 발굴된 토기는 ‘여주 흔암리식 토기’라는 별도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즉 우리가 현재 도자기라고 부르는 기술이 만들어 지기 전부터 여주에서는 여주의 특성이 잘 드러난 그릇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또 북내면 중암리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백자 가마터의 도자기 유물들을 보면 본격적인 조선 백자가 만들어지기 전인 10세기초 이미 여주에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도자기가 만들어 졌다. 우리가 흔히 여주를 천년 역사의 도자기 고장이라고 부르는 근거가 이런 것 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여주세종문화재단이 주관한 올해 여주도자기축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30회라는 연륜에 걸맞지 않게 과거의 축제와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해 ‘Ctrl+C, V 축제’라는 비판과 축제의 한 축이자 주인이 돼야 할 도예인을 행정업무의 대상으로 대했다는 것이 지역 도예계의 불만이다.
여기에 내년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를 주관하는 한국도자재단은 ‘2019년에는 여주에서 개막식을 하겠다’던 약속을 걷고, 예산과 인프라를 이유로 내년 가을에 이천시 중심으로 비엔날레를 치르겠다고 하면서 여주시와 광주시 도자기조합들이 내년도 비엔날레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한 마디로 큰집에서도 천대받고 내 집에서도 구박받는 신세가 아닐 수 없다.
한국도자재단 설립의 뿌리를 보면 경기도와 여주·광주·이천 3개 지역의 도자기축제가 모태가 됐고, 여주세종문화재단은 여주시 문화예술, 축제 등의 프로그램 기획 및 제공과 문화시설의 전문적 및 효율적 관리로 시민의 다양한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모두 나름대로 필요성이 있어 설립한 조직이지만, 두 기관이 과연 여주 지역 도자문화산업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에 대한 판단과는 별도로, 이제는 여주의 유구한 도자문화 역사와 우리나라 최대의 도자기 생산지라는 위상에 걸맞은 문화산업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지역 문화예술계의 지적이다.
이런 여주의 특수성을 감안해 가칭 ‘여주도자문화재단’의 설립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실행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혹자는 여주도자문화재단이 지금의 여주시 문화나 도자 관련 조직과 중복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여주에 필요한 도자문화재단은 4~6명의 작은 조직으로 전문화되고 속칭 가성비가 높은 강소재단(强小財團) 이다.
조직의 규모가 커야만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지역 축제 중 ‘국제’라는 타이틀을 붙인 축제의 경우 실무자 2~5명이 1년 내내 전담해 큰 성과를 거두는 곳도 많다. 크기나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해당 분야에 열정이 있는가가 문제다.
조직의 규모를 크게 만드는 것보다 얼마나 실속있는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작은 조직으로도 성과를 내는 강소재단(强小財團)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요즘 흔히 말하는 글로벌 전략도 그 바탕은 지역적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책입안자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정책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는 정책이 진짜 사람중심의 정책이다.
그래서 지금 여주에는 여주 도자문화산업을 전문적으로 육성할 ‘여주도자문화재단’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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