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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8.12.17 10:55
  • 수정 2018.12.1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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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짚이나 풀로 만든 강아지처럼 버려지는 인간

 

장주식 작가

얼마 전 별나라로 떠난 천체물리학자 호킹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길게 보면 100년 짧게 보면 30년 안에 떠나야 한다.”
누가 어디를 떠나야 한다는 걸까요? 예. 지구는 인류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별이 된다는 진단입니다. 푸른 별 지구가 빠르면 30년 안에 인류는 살 수 없는 별이 된다니 아찔합니다.
그런데 이건 인류가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입니다. 지구라는 땅을 불모지로 만드는 원인을 인류가 제공했으니까요. 천지는 냉정합니다. 자연이 준 혜택을 잘 따라오면 평화롭게 살게 하지만 스스로 잘나서 교만을 떨면 가차 없이 버립니다.
노자는 말합니다. ‘하늘과 땅은 냉정하여 만물을 제사에 한 번 쓰고 버리는 짚풀강아지처럼 여긴다’고 말이죠. 인류가 그 잘난 지능으로 온갖 것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지구상에 없던 물건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헤치고 자원을 끄집어내 풀무질하고 변형시켰습니다. 인류가 살기 시작하면서 온갖 시끄러운 소리들이 나는 동안 지구는 점점 뜨거워져 갑니다.‘지구온난화’라는 이름을 달고 말이죠.
와글와글 떠들다 보니 이제 살길이 막혔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그냥 짚풀강아지처럼 불태워 버려지는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말아야 하나요? 노자는 한 가지 희미한 빛을 남겼습니다. 풀무와 피리로 시끄러워 막힌 곳에는‘중심을 지키면 된다(守中)’고 말했습니다.
인류가 지구에서 삶을 유지하기 위한‘중(中)’은 결국 인류가 지닌 태도라고 봅니다. 인류의 태도는 ‘화(和)’를 통해서 실천되는데요, 실천법은 아주 다양하지만 그 중 하나로 나는 우선 ‘육류소비’를 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고기를 먹기 위해 기르는 동물을‘식용동물’이라고 합니다. 현재 지구상 식용동물은 닭이 600억 마리, 소가 13억 마리, 돼지와 양이 10억 마리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 식용동물은 점점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현재 이들이 내뿜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14% 정도 됩니다. 더 무서운 건 동물들이 내는 방귀와 트림에서 나오는 메탄올인데요, 이산화탄소보다 28배 정도 열을 가두는 능력이 있답니다. 지구온난화에 치명적이라는 얘기지요. 식용동물이 내뿜는 메탄올은 전체의 44%를 차지합니다. 그렇다면 인류가 실천해야 할 ‘화(和)’는 무엇인가요? 간단합니다. 육류소비를 줄이면 됩니다. 당연히 식용동물 수가 많이 줄겠지요. 이런 실천을 하는 부부를 소개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살던 젊은 부부가 귀농해서 축산을 한다. 가축을 집단 사육하는 영상에서 참혹한 광경을 보고 부부는 채식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둘 다 워낙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터라 채식은 힘들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우리가 돼지를 건강하게 키워서 먹자.’였다.
젊은 부부는 할아버지가 하던 우사를 돈사로 바꾸어 흑돼지를 기른다. 일반 양돈장에서는 105-110킬로그램에 출하하는데 이들은 평균 60-70킬로그램까지 살찌운 돼지를 출하한다. 배합사료와 청치, 쌀겨, 유황 등을 섞어 발효시킨 사료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양돈장처럼 살이 많이 찌지 않는다.
돼지를 출하하는 날이었다. 도살장으로 가는 도축차량이 들어온다. 돼지는 매우 영리한 동물이라 도축차량이 풍기는 냄새를 너무나 잘 안다. 돼지들은 차에 타기를 꺼린다. 그래서 부부는 돼지를 출하하기로 한 날은 온갖 정성을 다한다. 차량으로 가는 길에 돼지가 좋아하는 먹을 것도 놓아주고 놀이감도 비치한다. 차량 옆에서 돼지가 타기를 마냥 기다리고 앉은 부부에게 기자가 물었다.

“언제까지 기다리고 계실 겁니까?” 남편이 대답했다.

“스스로 탈 때까지요.” 아내도 말했다.

“출하 때가 가장 힘들어요. 너무 힘들어서 축산을 포기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생각을 바꿨죠. 어차피 누군가에게 간다면 편안하게 가도록 정성을 다하자고요.”]
<동물과 인간>이라는 세미나에서 제가 발표한 내용 일부입니다. 이들 부부는 한 달에 한 번 돼지를 도축하고 미리 신청한 사람들과 나눠 먹습니다. 돼지를 많이 기르지 않고 먹는 양도 자연스레 줄어듭니다. 대규모로 집단사육을 하는 까닭은 소비량이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집단사육의 끔찍함은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고기는 가끔 먹으면 훨씬 맛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고기도 맛있게 먹고 지구도 지키고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꼭 한 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도덕경 5장 : 天地不仁(천지불인)하여 以萬物爲芻狗(이만물위추구)하며 聖人不仁(성인불인)하여 以百姓爲芻狗(이백성위추구)라. 天地之間(천지지간)은 其猶��乎(기유탁약호)런가! 虛而不屈(허이불굴)하여 動而愈出(동이유출)하며 多言數窮(다언삭궁)하니 不如守中(불여수중)이라.>
하늘과 땅은 냉정하여 만물을 제사에 한 번 쓰고 버리는 짚풀로 만든 강아지처럼 여긴다. 성인도 마찬가지로 백성을 짚풀 강아지처럼 여긴다. 하늘과 땅 사이는 마치 풀무나 피리 같구나! 텅 비어 아무것도 없는 듯하나 풀무질하고 피리를 불면 온갖 소리가 난다. 그러나 시끄러우면 하늘과 땅 사이가 자주 막히니 가만히 중심을 잡고 있느니만 못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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