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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8.12.0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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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희/ 여양한강문화연구소 소장

필자의 전공은 정치학이다. 학부에서 정치학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20년 넘게 정치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글을 써왔다. 지금은 이론적 공부보다 현실정치에 집중하려고 마음먹었지만, 그럼에도 정치학 전공자로서의 정체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수업시간이나 여타 자리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정치란 무엇인가?’이다. 질문하는 사람이 별다른 생각 없이 가볍게 묻는 것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다. 통치기술, 타협과 합의, 공적 업무, 권력과 자원의 배분 등등의 개념을 사용해서 말이다.
그러나 질문하는 사람이 작정하고 ‘당신이 정말 이해하고 생각하는 정치의 본질이 무엇이냐’를 묻는 것이라면 사실 답하기 난감하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필자도 아직 잘 모르겠다. 배워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마 은퇴를 얼마 안남은 노학자에게 가서 묻더라도 답변을 들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필자가 만약 학계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에 지금만큼 어려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단어들과 몇 가지 정치학 이론을 사용해서 말이다. 그러나 30대 초반에 현실정치를 시작해서 이론과 실제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나서는, 오히려 정치가 무엇인지 대답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더군다나 유권자들로부터 교과서에서도 배워보지 못한 정치에 대한 통찰을 듣게 될 때는, 현실 속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구나 하면서 놀라게 된다. 저절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현실의 일면만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면서 자신의 편견을 진리인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필자가 지금 정치에 대해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점은, 정치는 여타 전공들과 달리 꼭 대학에서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지식과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의학, 공학 같은 학문은 전공자와 비전공자 사이에 큰 장벽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치는 비전공자라 하더라도, 상대방에 공감할 수 있는 마음만 갖고 있다면, 그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것이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정치는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또 우리 모두는 그 정치의 주체인 시민으로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민주주의는 시민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운명은 누가 대신 결정해 주지 않는다. 세종과 같은 훌륭한 통치자가 다시 나오더라도 말이다. 민주주의는 시민 스스로 괜찮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기초해 있다. 다만 내가 틀리고 상대방이 옳을 수 있다는 사실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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