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생각나눔터 기자의시선
이항진 시장은 난·쏘·공을 기억해야 한다.

 

소설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도시개발이 결국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가난한 원주민의 땅을 빼앗는 과정이라는 것을 잘 표현한 소설이다.

서울시의 경우 이미 2011년부터 도시재개발이 전면 철거와 획일적 아파트 건설로 고착되었다며 서민주거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고 2013년부터는 강제철거 없는 도시개발과 사회적 약자가 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조합, 가옥주, 세입자, 공무원 등이 함께 사전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여주에서도 이항진 시장이 취임 초 오학동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고층 개발의 이익은 소수에게 집중되기에 도시개발은 저층구조로 낮고 넓게 가야만 이익도 주민들에게 골고루 분산되고 집중에 의해 낭비되는 세금도 줄일 수 있다는 평소의 지론을 펼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항진 시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갑자기 기자회견을 통해 뜬금없는 여주역세권 교육복합시설 조성과 국가대표 축구 트레이닝센터 유치 그리고 농가의 소득구조 개선을 위한 영농형 태양광 발전 모델도입 등 3가지 정책을 내세운 것이다.

얼마 전 끝난 ‘미스터 썬샤인’이라는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판에서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으면 니가 바로 호구다.” 축구 트레이닝 센터 유치는 긴 말 필요 없이 이 대사로 대신한다.

논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해 농민들의 수익을 내겠다는 주장은 전임 시장의 발효 항아리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지만 지면이 부족해 다음에 언급하려 한다.

가장 문제는 여주역세권 교육복합시설 조성이다.

여주역세권은 여주역과 인근의 상업시설·공공시설을 제외하면 4곳의 주거지역으로 나뉜다.

1곳의 임대아파트와 2곳의 일반 아파트 단지가 유치되고 1곳의 단독주택 택지가 들어선다.

다시 말해 대부분이 아파트가 들어서고 기존에 살던 주민들에게 땅을 줄여서(감보) 다시 나누어주게 된다.

그런데 이항진 시장은 동탄지역을 예로 들어 아파트 사이에 학교가 있어야 된다고 주장하며 기존 주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토지에 대기업 아파트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이 시장은 ‘지하철역과 학교가 있는 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변보다 1억 이상 값이 비싸진다’며 ‘학교 옆에 단독주택이 웬 말이냐?’며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환지 대상인 교리 지역의 주민들이 문제인 것처럼 비판했다.

이에 따라 10월 초 환지결정을 기다리던 주민들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 교리 역세권에 살던 주민들이 집이 헐리면서, 자신의 집을 떠나 산지 3년이 되어가고 있다.

이 지역은 시내에 집을 살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일부는 집을 산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낡은 주택에 살다 보니 보상이 적어 현재 전세를 살거나 월세로 사는 사람이 많고 이제는 보상금도 대부분 떨어진 상황이다.

언제 다시 자기 땅에 집을 지을 수 있을 지 기다리고 있지만 그마저도 환지 처분이 늦어지면서 그 사이 시장 상황이 나빠져 낮은 대출이자를 얻을 기회도 모두 사라지고 고리의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들은 감보율도 높아 땅도 적게 받는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항진 시장의 이 정책이 추진되면 앞으로 수년간 개발계획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여주역세권 개발의 하나밖에 없는 장점인 다른 역세권 보다 먼저 개발해 분양한다는 장점이 사라졌고 주민들이 다시 자신의 땅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거나, 아예 못 돌아갈지 모르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여주시청 실무자들도 그동안 추진한 정책이 무효화 되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시장은 ‘공무원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어렵고 기나긴 협상을 통해 마지막 도장 찍는 날 나타나 ‘이거 모두 무효’를 외치는 사람을 누가 따르겠는가? 교리 사람들이 10년 이상을 기다리고 내쫓기는 이유가 고층아파트 때문이라면 고층아파트를 유치하고 건설하는 사업자의 이익과 주변보다 1억이나 비싼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의 이익이 크지 어떻게 그곳에 원래 살던 주민들의 이익이 크겠는가? 이미 땅을 줄여서 주는 감보율도 상당하고 그동안 사용하지 못한 ‘기한의 이익상실’도 막대한데 이제는 내쫓겠다는 발상은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고층아파트로 둘러싼 학교의 학생들은 하루 종일 햇빛을 볼 수 없다.

이항진 시장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다시 읽으며 누구를 위해?, 왜? 라는 질문과 자신의 땅에서 내쫓기는 사람들의 슬픔을 역지사지하길 바란다.

박관우 기자  pkw3930@hanmail.net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관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