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진영논리에 바탕을 둔 이분법 혹은 흑백논리로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여주시도 이런 난리에 발을 넣었다.
이런 이분법 논리의 바탕은 나와 같지 않은 것은 적으로 규정해 공격하기 바쁘고, 반대 진영도 철저히 싸우기 바쁘다. 한 마디로 ‘너 죽고 나 살자’라는 싸움판이 열린 것이다.
이미 옳고 그름을 두고 논쟁을 할 상황이 아니라 무조건 내가 또는 우리가 이겨야 한다는 식이니 이쯤 되면 막가자는 얘기다.
그런데 그 당사자들의 신분이 더 당황스럽다. 한 쪽은 시민들이 행정을 감시해 달라고 뽑은 여주시의회 의원들이고, 다른 한 쪽은 시민과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여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의 공무원들이다.
여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은 올해 행정사무감사 첫날 의원들의 자료요구가 너무 많다며 시의회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여주양평 지역위원회는 성명을 냈고, 공무원노조는 또 다시 반박했다.
그리고 끝난 것으로 보이던 이 싸움은 행정사무감사가 끝난 후 공무원노조가 성명을 내고 요구한 자료에서 질문이 없었으니 과도한 자료요구라며 특정 의원을 거론하고, 노조 탄압에 맞서기 위해 집회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의원들이 행정사무감사에서 부서장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한 것을 비롯한 여러 질문들이 피감기관 부서장과 공무원노조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등의 이유다. 이쯤되면 어느 한 쪽에서는 상대를 박살내겠다는 상황이다.
관중들 또한 어느 쪽이 맞는지 판단을 못하는 지경이지만, 분명한 것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일부 시의원들의 발언은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일부 SNS에 올라온 반응을 보면 시민들은 공무원노조의 행동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아닌것으로 보인다.
여주시민을 대표해 공무원들의 행정을 감시하는 시의원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 조직이 서로 작은 틈새만 보이면 으르렁대는 꼴을 봐야하는 시민들의 시선은 불편함을 넘어 불쾌함을 느낀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한다. 지금 여주시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일부 공무원들의 단체행동은 과연 헌법에서 정한 자신의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 시민들의 반응이다.
국민에 대한 책임이란 공무원들로 구성된 행정조직뿐 아니라 공무원노동조합도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고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하며, 자신을 위한 요구 뿐 아니라 시민을 위한 요구와 행동으로 시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시의원들도 행정사무감사와 의정활동을 함에 있어 시민의 대표자로서 품격을 유지하는 태도로 피감부서장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주시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2011년 6월 30일 출범식에서 ‘군민에게 희망을, 조합원에게 행복을’이라는 슬로건으로 폐쇄적인 공무원조직을 내부로부터 개혁하고 깨끗하고 신뢰받는 노조로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시의원들도 시민을 대표해 여주시정을 제대로 감사하고 견제하면서도 시민과 소통하고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뿐 아니라 ‘사람’과 소통하는 자세를 더해야 한다. 좋은 말들이 “그야말로 말로만 좋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당사자 모두의 또 다른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