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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로하는 인문학-헤엄쳐라! 거친 파도 헤치고
최새힘 / 작가

국어사전을 보면 ‘헤’는 뜻이 없고 웃는 소리나 모양 혹은 곤란할 때 내는 소리로 두 감탄사는 억양이 다르다.

이어서 ‘헤다’를 찾아보면 팔다리를 움직여서 물이나 어려움 따위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씀을 뜻하는 말이다.

‘헹구다’는 ‘물속에 넣고 이리저리 흔들어 씻다’의 뜻이다. 과거에는 ‘헤다’로 썼던 말이다. 말뜻이 흩어지면서 ‘헤다’의 명사형이 ‘헤엄’이라는 것이 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요즈음 들어 heal이라는 영어도 많이 사용하지만 정작 명사형이 health인 것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어휘력은 꿰어야 성장하는 법이다.

사람이 물에 빠지면 ‘헤’엄을 쳐서 ‘헤’어 나야 한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헤’집어 놓은 일과 같이 어려움과 마주할 때 이를 ‘헤’치지 못하면 ‘헤’매게 된다. 여기에서 ‘헤매다’는 ‘매듭’ ‘매다’의 어근과 결합한 말로 매어 놓은 것이 ‘헤’지면 얼마나 복잡해질지 뻔한 일이다. 또 함께 붙어 있던 것이 쉽게 ‘헤’어지는 것을 두고 우리는 ‘헤’프다고 한다. 이 정도가 되면 ‘헤’의 의미가 풀어지고 흩어지는 정도를 넘어 닳아 없어지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사람이 ‘헤’어지면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

‘헤’에 받침이 붙으면서 의미도 조금씩 달라지는데 여기에도 규칙이 있지만 아직 연구가 충분하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사이시옷’으로 알려진‘-ㅅ’은 뜻은 없지만 발음을 쉽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이는 영어로 치자면 과거완료형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 ‘-ㄴ’이나 ‘-ㄹ’은 현재완료형은 만든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갈래가 많아지면‘헷’갈린다고 말하는데 여기에는 ‘-ㅅ’이 붙었다.

 ‘-ㅇ’이 붙으면 앞에서 살펴본 ‘헹구다’도 있지만 ‘헹가래’도 있다. ‘가래’는 농기구의 이름이다. 특히 넓적한 가래를 ‘넉가래’로 부르는데 오늘날도 눈을 치울 때 사용한다. 가래는 주로 흙을 옮기기 위한 도구로 가래 날 양쪽으로 줄을 달아 세 사람이 함께 사용하여 힘을 절약한다.

손잡이(장부)를 쥔 사람은 장부꾼, 양쪽에서 줄을 잡은 사람은 줄꾼이라고 부르는데 일을 하려면 말 그대로 손발이 맞아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가래질 전에 세 사람이 장단을 맞춰보는 빈 가래질을 몇 번 하다가 일을 시작하는데 이를 ‘헹가래’라고 부른다. 그래서 오늘날 가래질을 하는 것처럼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팔과 다리를 잡고 들었다가 놓았다가 하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거친 파도를 헤치기 위해서는 헤엄쳐야 한다. 우리의 조상은 쉽게 해결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어려움을 만나게 되면 ‘팔과 다리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방법으로 해결하였다. 또 다른 사람과 힘을 합칠 때도 손과 발의 움직임을 맞추기 위한 준비를 아끼지 않았다. 헷갈려 헤맬 때는 ‘헤~’하고 한숨을 내쉬었을 테지만 헤치고 나면 ‘헤헤’거리며 웃었을 것 같다.

여주신문  yeoju@yeoju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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