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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전동휠체어를 탄 시의원이 있었다면

만약 전동휠체어를 탄 시의원이 있었다면

  • 기자명 박관우 기자
  • 입력 2018.08.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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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우 / 여주라디오 방송국장

선거가 끝나 새롭게 원이 구성되고 시의원들이 등원을 했다. 등원 첫날 여주시의회 입구에 전동휠체어를 타고 온 장애인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여주시의회가 시민들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해 평소에 방청을 하고 싶지만 3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잠시 후 직원들이 나와 전동휠체어를 들어보려 했지만 건장한 성인남자 3~4명이 힘을 모아도 3층까지 들어서 올릴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다. 무게가 무거워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어 보였다. 결국 3층에 있는 여주시의회에는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방청을 할 수 없고 시의원을 만날수도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시의원들과 대화가 이어졌다. 대부분 엘리베이터 설치에 공감하고 이미 선거기간에 공약으로 내세운 시의원도 있었다. 대화를 통해 나온 몇 가지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시청이전 논의와 함께 기존 시설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이전 계획이 수립되더라도 바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고 길게는 10년 가까이 시간이 소요될 일이니 엘리베이터 설치는 즉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 건물이 비좁고 구조상 문제가 있어 2층까지는 엘리베이터를 놓고 3층까지는 지하철에 설치된 리프트로 이동하자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지난달 지하철 리프트추락으로 장애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미 리프트 방식은 전국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애인단체의 설명이었다. 

이후 시장이 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과 시설 설치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끝으로 이날의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어떤이들은 왜 또 장애인들이 선거과정에서도 답변을 들었고 공약도 했는데 다시 찾아가서 주장을 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자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대화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깊어졌다. 나름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절충안으로 보이는 것들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 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의회 공간이 비좁아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사무공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절충안으로 제시된 방법은 임시 땜질로 결국 예산투여대비 효율이 떨어지고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나타나게 되고 말았을 것이다. 많은 예산이 들어도 수요자가 계속 불만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여주시공무원들이 그들의 편의를 위해 시민들의 요구를 임시방편으로 처리한다는 비판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현장을 벗어나 무언가 해결되지 못한 것 같은 마음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 ‘그렇지’하며 무릎이 처졌다. 이 문제는 결국 장애인 시의원이 없어서 생긴 것이라는 결론이 떠오른 것이다. 만약 전동휠체어를 타고 출근을 해야 하는 시의원이 탄생하고 7월부터 출근을 해야 했다면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의회 개원 전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을 것이고 화장실을 비롯한 여러 시설이 바뀌었을 것이다. 마치 사관학교에 여성이 입학하게 되면서 바뀌는 변화처럼 말이다. 

사회변화는 계단식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노력으로 점프하면서 바뀌는 것이다. 무수히 땜질을 해도 결국은 본질적인 해결을 하는 것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든다는 생각도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정당에서 사회적약자에게 배려되는 비례대표가 여주에서는 왜 여성으로만 한정되고 있는지 아쉬움이 든다. 다음 선거에서는 여주시 7000여명의 장애인을 대변할 수 있는 시의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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