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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축제에도 봄은 오는가?

빼앗긴 축제에도 봄은 오는가?

  • 기자명 이장호 기자
  • 입력 2018.04.3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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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조선의 청년 이상화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조국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했다.

이제 여주시 도예인들은 ‘빼앗긴 축제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노래를 불러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 이유는 올해부터 여주도자기축제와 오곡나루축제를 주관하는 여주세종문화재단의 소위 ‘갑질’ 때문이다.

여주시가 문화재단을 만든 것은 문화재단을 통해 여주의 문화환경 품질을 높이고 시민들에 대한 문화예술 향유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지 기존의 시스템에 ‘옥상옥’을 만들자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문화예술계에 이어 여주 도예계에서도 여주세종문화재단(문화재단)이 ‘갑질’을 한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우선 여주도자기축제를 들여다보자, 올해 여주도자기축제에는 92개의 지역 도예업체가 80만원의 부스비를 내고 입점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축제 참가업체를 모으기 위한 홍보와 접수업무는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도자기조합)이 맡았다. 

문화재단은 자신들이 개통한 신용카드 단말기를 도자기조합에 주고 접수와 수납업무를 맡겼다. 그리고 그만이다. 입점업체들은 부스비가 싸졌다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이 금액은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행사 참가비는 일종의 임차료로 일반사업자인 도자기업체로서는 이 비용의 회계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본래 도자기조합과 같은 사업협동조합의 주수입원은 수수료다. 공동구매수수료, 공동판매수수료와 각종 대행 수수료와 조합원 회비 등 수수료 성격의 수입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올해 여주도자기축제에 참가할 도자기 업체에 대한 홍보와 접수, 수납까지 일은 도자기조합 임직원들이 모두 도맡았지만 문화재단 “도자기조합과는 상호 협력하는 관계”라는 이유로 단 한 푼의 수수료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자기조합 입장에서 보면 이제껏 매년 입점업체 모집과 접수, 수납은 물론 가장 민감한 부스 추첨까지 한 이유는 대행수수료 수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면 좋겠지만 해마다 도자기조합이 진행한 체험부스 운영에 대한 과업지시서는 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지침서가 됐다. 솔직히 도자기 물레 체험을 운영하는 대장의 경우 하루 일당이 30만원이다. 그래도 도예인들의 축제라고 도자기조합에서 하는 사업이라고 일당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받고도 나왔는데, 체험비 수납에 대한 회계처리도 직접 해서 모두 문화재단에 입금하란다. 만약 과업지시서에 없는 상황이 발생해 인력이 더 필요해 지면 문화재단은 어떻게 할까?

간단하다. ‘협력관계’이니 도자기조합에서 알아서 인력을 더 보강해야 한다. 물론 추가된 비용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해 문화재단이 이벤트 업체와 계약한 후 제안서에 없는 여주시 행사를 비롯한 여러 행사에 협력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 요구를 도자기조합에 할 것은 자명하다.

도자기조합 구성원인 도예인들은 30회에 이르는 여주도자기축제를 함께 펼쳐 오면서 많은 현장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문화재단 직원들도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축제와 문화경영을 공부하고 현장 경험도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라는 경험의 무게와 달았을 때 평형추는 어디로 움직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 어느 쪽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우선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사족을 붙이자면 ‘여주도자기축제’라는 행사명칭의 원저작권은 도자기조합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느새 슬며시 여주시와 여주세종문화재단이 주최 주관하고, 후원자로서 참가하는 도자기조합의 입장은 어떨까?

그래서 ‘빼앗긴 축제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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