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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공천만 바라보는 천수답 정치 언제까지 해야 하나?

<기자의 눈>공천만 바라보는 천수답 정치 언제까지 해야 하나?

  • 기자명 박관우 기자
  • 입력 2018.01.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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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우(여주라디오 방송국장)

비가 와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논을 천수답이라고 한다. 벼의 생장과 수확에 적합한 때 파종을 못하니 비가 안 오면 농민들은 피가 마를 지경이 된다. 때를 놓쳐 모를 내면 수확시기도 늦어져 품질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죽하면 임금이 곡기를 끊고 기우제를 지내야 했을까?

며칠 전 자유한국당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분을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던 가운데 공천이 화제가 되었다. 정치신인인 그 분은 다른 리더를 지지하던 사람이 어떻게 쉽게 공천에 유리한 리더로 말을 갈아타느냐며 특히 여주에서 더 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으로 보수정당의 후보가 오랫동안 당선되면서 어떻게든 공천만 받고 보자는 후보들의 전략은 선거철만 되면 정치철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의리나 도의는 사라지고 냉혹한 계산만 남았다.

또 더불어민주당으로 출마 하려는 다른 인사와도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지역위원회가 회의를 열지 않아 일상적인 활동이 어렵다며 ‘민주당에는 민주주의가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을 들었다. 당명에 민주라는 말이 들어갔다면 민주적인 회의 구조를 통해 당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회의를 하지 않는 것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하여 지역위원회를 비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정당의 당원조차도 이런데 일반 시민들은 오죽할까? 그렇다면 정치가 시민과 분리될 수밖에 없고 정치인을 혐오하게 만드는 구조의 원인은 무엇일까?

국회의원에 대한 공천은 중앙당에서 하지만 보통 지방선거 공천은 도당에서 한다. 예비출마자들은 공천이 가까워질수록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사들에 줄을 대느라 사돈의 팔촌까지 수소문을 해야 한다. 정당의 간판을 달아야 당선권에 가까우니 도당공천심사위원회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다.

일상적으로 시민들과의 소통이나 당원들과의 일상활동 같은 정상적인 정치활동은 현재의 입후보 예정자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평상시에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은 무엇인지 시민들이 고치기를 원하는 행정은 무엇인지 듣고 찾는 것보다 오로지 경기도당 공천심사위원회의 공천만이 중요한 것이다.

더구나 보수정당의 영향력이 강하고 시장의 연임이 거의 없었던 여주에서는 그만큼 공천은 절대적이고 공천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역위원장은 철새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가깝게 해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정치라는 것이 시민들의 세금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고, 군대기간을 늘이거나 줄일 수 있고, 노인들 수당을 올릴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정치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을 결정하는 일상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니 시민의 대표로 정치인이 시민과 소속정당 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현실은 시민의 의견과 정당 당원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공천권자에게만 잘 보이면 되는 구조다. 시민과 당원이 배제된 것이다.

시민이 주인으로 정당민주주의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하향식공천제는 점차적으로 폐지하고 시민들과 지역의 정당 당원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상향식 공천제가 자리잡아야 한다. 이를 통해 공천만 바라보는 천수답 정치를 극복할 수 있다.

현재 지방의회 정당공천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에 대한 폐단 또한 만만치 않게 예상되기에 지금은 지방자치 구현과 민주주의 기본 구조의 하나인 정당제가 유지되면서 지방자치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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