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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문도시 명품 여주 시민 행복수기>행복은 꿈꾸는 자에게 기적처럼 다가온다

<세종인문도시 명품 여주 시민 행복수기>행복은 꿈꾸는 자에게 기적처럼 다가온다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7.12.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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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경(일반부 우수상)

깊어가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열흘간의 긴 연휴를 뒤로하고 남한강이 굽어 흐르는 여주 도서관에서 마음의 채찍질을 하듯 순한글을 쓰고 있다.

누가 그랬던가 “삶은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거라고”.

30대는 모든 것을 다 이루어 낼 수 있을 만큼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40대에 찾아온 ‘류머티즘’이라는 난치성 질환으로 모든 것은 일순간에 물거품처럼 허망해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건강했던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나는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형되는 손가락과 발가락 그리고 칼을 베는 한 통증으로부터 밤 잠을 설치다보니 몸무게는 44kg에 육박해 눈에 띄게 야위어 갔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류머티즘’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새벽마다 위경련으로 응급실을 찾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야만 했다. 아니 살아내야만 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중학생 아들 하나를 둔 엄마라는 큰 자리가 있었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니 아들 공부였다. 어차피 기동도 못하는 내 처지에 그래도 도서관을 갈 수 있는 힘만 허락한다면 과외비 지출도 아끼고,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 위하여 직접 아들을 가르치기로 결심하고 도서관에 매일 같이 출근도장을 찍었다. 비록 몸은 불편했지만 남한강 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도서관에 앉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주심을 감사했다. 그렇게 시작된 공부는 제일 먼저 아들이 무엇을 배우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EBS 중학’ 무료 사이트에 가입해서 개설된 강의를 열심히 듣다 보니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건강할 때 느끼지 못했던 정신적 충만감으로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이 배우고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주마등처럼 많은 시간들이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들 대학입시 면접을 코앞에 두고 나는 오른쪽 고관절 수술을 위해 수술대에 올라야 했고, 6개월간의 휠체어 생활을 견디고, 겨우 걸을 수 있었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 왼쪽 고관절 수술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는다. 문틈으로 걸어 들어오는 한줄기의 희망의 빛처럼 나를 일으켜 세워 힘차게 나갈 것이다. 그 한줄기 빛은 화려하지 않지만 초라하지도 않다. 거창하지 않지만 소박한 꿈이기에 행복하다. 아들은 벌써 시아버님 바람대로 ○○교대에 입학해 선생님의 꿈을 키우고 있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며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번 추석 명절에는 남편이 일구어 놓은 농장에서 불편한 몸이지만 정성껏 차례상을 준비했다. 물론 아들이 딸처럼 쪽파도 다듬어 주고, 마늘도 까주고, 신랑은 직접 잡아온 민물고기로 매운탕을 얼큰하게 끓여 냈다. 혼자되신 시아버님도 함께 했다. 시아버님은 성치 않는 몸으로 주변에 풀도 뽑아주시고, 손자랑 즐거운 대화도 나누시고, 따끈한 부침이랑 전을 드시며 흐뭇해하셨다. 남들처럼 해외여행은 못 갔어도 마음은 홀가분하고 행복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 하지 않았던가. 주어진 대로 자기 삶을 만족하는 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만약 내가 건강했더라면 과연 이런 소소한 행복에 감사할 수 있었을까. 또한 주변에 소중한 분들이 많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을까. 절룩거리는 불편한 몸으로 도서관 자료를 찾고 있을 때 한걸음에 달려와 자료를 찾아주신 사서 선생님들과 주차할 때 나와서 도와주신 직원 분들이 있었기에 아픈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

시집온 지 20년이 훌쩍 넘어 이제는 제2의 고향이 되어 버린 여주, 이곳은 나의 삶의 원동력이며, 앞으로도 살아나갈 희망의 보금자리이다. 내 뼈가 여주에 묻히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 낼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나에게 해주고 싶다.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기적처럼 다가오는 거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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