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논단>세상은

<논단>세상은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7.12.11 14:50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국(객원 논설위원, 현대수필로 등단, 수필가)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박근혜 정부가 한참 잘 나가고 있을 때 걱정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국방문, 프랑스 방문, 아프리카 방문 등을 보면서 국정을 잘 수행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어떤 사안이건 부딪칠 때마다 비판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언제나 내 부정적 시각은 모든 게 마땅치 않았다. 노무현 정부의 외유는 물론 이명박 정부의 해외나들이 마저 못 마땅하게 생각했으니까. 쓸데없이 국고를 탕진해 가며 대통령 재임기간 자기 마음껏 갈수 있는 데 까지 지구상에 끝까지 못가 본 곳 없이 다 돌아다니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대통령의 이름으로.

그런 내가 뭔 맘을 먹었던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만은 왜 그리 넓게 썼던 건지 알 수 없다. 나뿐이 아니다.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까지 그렇게 야박하게 굴던 매스컴마저 느슨했던 게 그 시절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런데 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는 자조 섞인 기자회견인지 대국민 사과인지를 하고 난 뒤부터 세상은 뒤죽박죽 엉키기 시작했다.

촛불집회가 시작 되었고 다수당 일부가 탄핵에 손을 들어 주었고 오로지 촛불집회로 초지일관하던 무리가 집권했다. 대통령 선거전도 그렇다. 일단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추천만 따내면 말뚝을 세워놔도 무조건 당선 된다는 여론이 무색하게 여주시 3개 동에서 완전히 민주당이 승리하고 겨우 면단위 득표에 의해서 새누리당 텃밭이란 명성을 잃지 않은바 있었다. 따라서 다음 선거에서 꼭 자유한국당이 승리하리란 보장도 없다.

이건 나라꼴이 아니라고 새누리당을 뛰쳐나온 바른 정당도 꼴은 마찬가지다. 박근혜가 대통령으로서 탄핵을 넘어 감옥에 까지 가리란 생각을 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촛불집회에 화들짝 놀라 탄핵의 길을 따라나서면서 그들은 정도를 걷고 있다 생각했고 대개의 사람들은 그 길이 옳은 길로 알았다. 지금도 그 길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에게 배신자의 낙인을 찍고 표주기를 인색해 했다. 다음 선거도 보통문제가 아니다. 아직도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에게 선의를 보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받는 순간부터 새누리당은 폐족이 되고 말았고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아직도 싱싱히 살아 자유한국당이란 간판을 바꿔달고 제1야당으로 건재하다. 폐족이란 말은 노무현 정권에서 나온 말이다. 노무현정권의 지지부진했던 전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그의 일대기와 업적, 묵묵히 밟아온 일생이 재조명되면서 일개 영웅으로 치 받들어 진 것은 누구나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청남대가 열리고 청남대가 탐방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을 때 나도 방문객 중 한 사람이 되어 방문하면서 방문객중 누구하나 훌륭하신 대통령으로 인정해 준 사람 하나 보지 못했으니까. 그 때의 폐족이란 말이 박근혜당에서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말은 아직도 유효할 것이다. 다만 수면에 내려앉아 보이지 않을 뿐. 당시만 해도 새누리당에서 튀어나온 바른정당이 제대로 길을 찾은 행보로 보였다. 그러나 아뿔싸 세상은 원칙과 원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다. 어찌어찌해서 반역과 배신의 이름을 뒤집어쓰고 미래 선거전의 암담한 전망을 바라보면서 다시 백기를 들고 투항하는 치사한 자기모순의 길로 들어서는 의원들도 있었다. 그들이 역사 앞에 어찌 고개를 들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세상의 흐름을 보고 개탄한다. 혹시 내가 세상을 잘못 살았고 세상을 잘못 읽었던 건가.

그런데 세상이치가 원리 원칙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버트란트 러셀의 ‘인기 없는 수필’을 읽으면서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 대개의 지식인들이 공감하는 인간사가 다 그 모양인 것 같다. 세계사 또한 그러하다. 지구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의 제멋대로 떠들어 대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종잡을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끽소리 말고 가만히 있던지. 누구모양 소리 소문 없이 삽시간에 해치우고 깔끔하게 손을 씻을 수도 있을 텐데 꼭 그리 아우성을 쳐서 세상을 흔들어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지.

수시로 발생하는 미국의 총기난사 사건, 풀리지 않는 IS의 폭력행사와 시리아의 내전, 스페인의 카탈루나 독립과 반독립, 북한의 김정은, 아웅산 수지의 로힝야족, 밑도 끝도 없는 적폐청산, 세월호가 길고도 긴 시간 전국민을 정권을 흔들어 끝내 세상을 홀랑 뒤집어 놓았건만 엊그제 낚싯배 참사는 또 뭐며, 세상은 요지경 속, 수천수만 년의 역사를, 만물의 영장이며 지적 능력의 소유자라는 말이 무색한 정도로 굴러가는 인간사. 푸코의 ‘광기의 역사’, 매카시즘, 마녀사냥, 백인우월주의, 민족주의….

이젠 아무도 도덕군자연하지 않는다. 자국에 이익이 가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 아무도 자기에게 불리한 일은 두고 보지 않는다. 잽싸게 제거하거나 감쪽같이 숨겨 두거나 까발려야만 직성이 풀린다. 어디에도 성인은 보이지 않는다. 시대의 양심으로 불리던 춘투가 없어졌고 대학에 철학이 사라진지 오래다. 이게 현대의 지성이다.

그러나 헤겔의 정반합의 원리를 믿는다. 겨울 다음에 봄은 어김없이 온다는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

믿어보자.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