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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여주세종문화재단 문화시설 관리인원 배정 옳은 길인가?

<칼럼>여주세종문화재단 문화시설 관리인원 배정 옳은 길인가?

  • 기자명 박관우 기자
  • 입력 2017.08.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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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우(여주라디오 방송국장)

우리나라 문화재단의 역사는 1997년 1000억 원의 출연금으로 경기문화재단이 설립되면서 시작된다. 그전까지 행정기관에서 집행되던 문화예술진흥사업은 예산집행의 전문성과 행정기관의 관료주의로 인한 비효율성 측면에 대해 비판을 받았고 이에 따라 행정기관과 민간기관의 중간형태인 재단을 설립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외국의 사례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설립 당시 경기문화재단은 문화예술진흥 공모사업을 통해 경기도 지역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지원하면서 타 지자체의 예술인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김문수 지사가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등 10여개의 도 산하 문화예술 기관을 경기문화재단으로 흡수 통합하여 민간법인화하기로 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명분은 도내 각 미술관과 박물관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면서 독창성과 우수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신자유주의에 따른 경영합리화 통폐합 방안이었다. 

이 조치에 따라 도립 박물관, 미술관에 근무하던 110명의 공무원 중 행정,기능직을 제외한 학예사 등 전문직 20명은 민간인 신분으로 전환된다. 입사할 때는 공무원으로 입사했으나 시설 통합과 함께 하루아침에 민간인 신분으로 바뀐 것이다. 이들에 대한 문제는 아직도 경기문화재단과 각 산하기관의 불협화음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각 문화기관의 경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라는 과정을 거쳐 지휘를 받는 옥상옥의 최하위기관으로 변질되어 관료주의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예산의 삭감으로 제 기능을 발휘 못하는 것이다. 경기도박물관의 경우 2007년 23억8천만 원에서 2014년 6억7천만 원으로 대폭 예산이 감소하면서 수년간 유물 구매건수가 한 건도 없는 등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경기도의회의 지적을 받아왔다. 경기문화재단은 통합이 된 2008년 평균사업비가 511억2천만 원에서 2015년에는 9억7천만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후 재단의 인건비와 관리비는 비슷하게 유지되지만 경영합리화라는 명분의 시설 통합은 결국 시민들을 위한 사업비만 줄어들게 되었고 문화예술진흥의 품질 저하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최초 문화재단인 경기문화재단의 이런 아픈 경험을 통해 여주세종문화재단의 출범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현재 여주세종문화재단의 정원은 21명으로 인구 60만의 제주문화재단이 46명인 것을 고려하고, 문화예술을 소비적이고 낭비라고 생각하는 지역정서를 생각할 때 정원의 증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대로 된 공연장의 경우 기획, 홍보, 기술, 마케팅 등 전문인력이 최소 20명이상 필요한 것을 생각할 때 재단이 출범하면서 정상적인 공연장이 아닌 비정상적 공연장의 시설 운영을 맡는 것은 좋은 기획안이 아니다. 또한 세종국악당이 최초 출발할 때 10여명에 가깝던 정원이 현재 2명으로 줄어든 것을 고려한다면 재단의 공연장 운영은 신중해야 한다. 

경기문화재단의 문화예술시설 통합이 경영합리화라는 목적으로 추진된 것으로 출범초기인 여주세종문화재단에 도입하는 것은 위험한 일로 신설재단은 문화예술진흥 사업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사실 문화재단이 문화예술진흥사업만 진행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문화예술진흥, 문화예술교육, 생활문화, 축제기획 사업만 하더라도 21명의 정원이 부족하다. 특히 운영인력 7명을 제외한 14명의 인력 전원이 문예진흥 사업에 전념해도 부족한데 시설인력 9명이 포함된다는 것은 도시락을 싸들고 말려야 할 상황이다. 

경기문화재단이 시설업무를 통합하면서 문화예술진흥과 시설운영 모두 패자(敗者)가 되어버린 교훈을 잊으면 안 된다. 누가 상임이사가 되더라도 여주세종문화재단의 출범까지 조직의 업무분장에 대해서는 숙고를 거듭해야 한다. 행정담당자들은 시설관리공단의 인원이 증가한 것을 고려하겠지만 문화재단의 경우 고유 업무인 문예진흥 사업을 충분히 강화한 후 시설업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재앙적인 결과가 초래할 것이다. 문예진흥 사업이 없는 기획사가 여주세종문화재단의 미래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질문을 해보려 한다. 여주세종문화재단에서 문화예술시설을 운영하려 한다면 경기문화재단에서 경기도박물관을 통합했던 전례가 있음에도 왜 여주박물관은 여주세종문화재단의 업무분장에서 빠졌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과정이 문화재단 업무분장 문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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