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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폭염에 지친 서민들의 오아시스 버스정류장

<기자의눈>폭염에 지친 서민들의 오아시스 버스정류장

  • 기자명 박관우 기자
  • 입력 2017.08.14 12:33
  • 수정 2017.08.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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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우(방송국장)

지난 5일 흥천면의 최고온도가 39.4도였다. 사람의 체온 36.5도 보다 더 높은 온도이니 가마솥더위라는 말이 실감난다. 더위뿐만 아니라 습도도 높다보니 하루 종일 불쾌지수가 높고 주변에 사람이 다가오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기상이변이라는 말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평년과 다른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름답던 봄의 화창한 하늘은 황사와 미세먼지로 사라졌고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춥거나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

날씨가 추운 것과 더운 것이 단지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폭염 속에서 폐지를 줍던 70대 할머니가 도로에서 쓰러져 숨졌다는 뉴스와 밭에서 일하던 80대 할머니가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우울하게 다가온다. 가난한 저소득층이 일반인들에 비해 18%나 폭염에 사망률이 높다는 소식은 같은 시대를 사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쯤되면 폭염에 에어컨은 생존과 직결한 필수불가결한 기계가 된 것 같다. 가마솥더위가 이어져도 에어컨이 있는 실내로 들어오면 언제 더웠느냐는 듯 땀이 쏙 들어가고 시원하다.

한 낮 더위에 은행과 관공서를 찾아 더위를 피하고 경로당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요즘 같은 폭염은 한낮뿐만이 아니라 저녁과 밤에도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강변의 벤치에는 노인들이 줄지어 앉아 연신 부채질을 하지만 더위가 가시지는 못한다.

가난한 어르신들의 경우 에어컨이 없는 경우도 있고 전기세 걱정에 에어컨이 있어도 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만 더우면 모를까 밤에도 열대야로 잠 못자고 시달리다 아침에 또 더위를 겪는 며칠을 겪다보니 우리나라에도 온열환자가 수천명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쯤되면 에어컨이 복지가 돼 버렸다.

요 며칠 더위에 시달리다 오아시스 같은 곳을 발견했다.

바로 에어컨이 가동되는 버스정류장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분들과 잠시 더위를 피하는 시민들로 만원이다. 나도 용기를 내어 잠깐 들어가 보았다. 찜통 같은 밖과 달리 더위를 식힐 수 있어 참 좋았다. 그래 이게 복지구나!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이런 것이구나!

버스가 한적한 저녁시간에도 지나가던 행인들이 잠시 땀을 식힐 수 있는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다.

누구는 선별적 복지를 이야기 하고 누구는 보편적 복지를 이야기한다.

여보세요! 땡볕에 가난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어떤 못된 사람이 이 이야기를 듣고 버스 정류장세를 받으려 할지 걱정되지만 2017년 대한민국을 사는 내가 만난 최고의 복지혜택은 39.4도를 기록한 여주에서 에어컨 나오는 버스정류장을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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