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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와 강변칠우>여강은 알고 있다. 강변칠우 사건 그 내막⑥

<여주와 강변칠우>여강은 알고 있다. 강변칠우 사건 그 내막⑥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7.07.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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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령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다

 

성흥환(전 한국문인협회 여주지부장)

계축년(1613)에 박응서가 행수로 아랫것 댓명을 거느리고 동래에 내려가 장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로 문경새재를 넘을 때의 일이다.

“얘들아, 예서 잠시 앉아 쉬어 가자꾸나.”

“예, 나리.” 일행은 피륙 덩어리짐을 풀어내려 펀펀한 바위에 올려놓고 어떤 자는 부시쌈지를 꺼내 담뱃불을 만들고 있었다.

이때, “행수나리, 조 아래 갓 쓴 사람 하나가 말을 끌고 천천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하고, 소변을 보던 자가 말한다.

그 혼자서 말을 끌고 오는 갓 쓴 사람은 동래(東萊)에 가서 은(銀)을 무역하여 올라오는 은장수인데 춘상(春祥)이라는 말구종과 함께 서울로 가는 길이었다.

“나리, 갈려니까 똥이 마려우네요.”

“이놈아 쉴 참에 대변을 볼 것이지, 갈 길이 바쁜데.”

“싸겠어요.”

“그래라, 내 천천히 걸어가고 있으마. 서둘러 따라 오거라.” 하는 주인 말에 말구종은 떨어지게 되었다.

목을 빼고 이마에 손을 얹어 길 아래를 내려다 본 박응서는, “음, 여봐라! 우리 저자의 말을 빌려 짐말 삼아 여주까지 동행하도록 하자.” 고 응서가 말했다.

패랭이를 삐딱하게 쓴 자가 길을 꽉 막고 서서 기다렸다가 “이보쇼! 그게 뭐요?”

“난 은장수이오만....”

“아, 그러시구먼....”

“쉬어 가시지.”

“저 아래서 잠깐 쉬었소이다.”

“또 쉬면 안 되나?” 하며 응서 졸개들이 시비를 걸었다.

“우리말이 다리가 아파서 그러니 좋은 일삼아 그 말에 이 짐바리를 나누어 싣고 우리 같이 동행하시구려.” 응서가 점잖게 입을 열었다.

“네? 그 무슨 가당치 않은 말이오.” 하고 은장수는 거절하였다.

이렇게 옥신각신하다 은장수는 응서 일행에게 뭇매를 맞고 죽었다.

“얘들아, 이 말과 은덩이를 가지고 어서어서 서둘러 가자. 너무 오래 쉬었다” 응서는 재촉하듯이 말했다.

그런데 은장수 말구종 춘상이는 대변을 보고 뒤따라와 보니 주인은 이미 죽어 있었고 말은 응서 무리들 손에 끌려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춘상이는 아무 관계없는 행인처럼 뒤를 밟아 따라 가보니 여주 양화강 나룻가 냇물 언덕 버드나무 숲에 허름한 오막살이 집이었다.

그들의 거처를 알아놓고 서울로 발길을 재촉했다.

살인강도 박응서 일행은 심우영네 집에 도착하자 짐을 풀며, “형수님, 형님은 어디 갔수?” 응서가 묻자. “춘천에 관곽 때문에 갔씨유” 우영의 부인 말이다.

“그러면 양갑이 형은 언제 왔다갔수?”

“오늘 저 건너 멀띠 어디 산자리 보러 간다고 하던데유. 잘 모르겠네유”

“하루밤 묵고 내일 일찍 서울로 갈 참이구먼요.”

“그러세유.”

우영의 부인이 보기에 응서 일행들은 무척 피곤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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