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가 ‘내고장 쌀 팔아주기 운동’의 일환으로 모든 공무원에게 개인당 쌀 판매 할당량을 지정해 공직사회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여주쌀 판매를 위해 공무원들이 앞장서자는 취지는 좋지만 자발적이 아닌 무조건 1인당 여주쌀 20㎏ 5포씩을 할당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주시, 여주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통합RPC), 공무원 등에 따르면 여주시는 전국 최고의 밥맛과 고품질을 자랑하는 대왕님표 여주쌀이 계속되는 풍작과 쌀 소비량 감소,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유통시장에서 중저가 쌀이 선호돼, 고가미인 여주쌀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를 돕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공직자 ‘내고장 쌀 팔아주기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16일 농·축협 관계자 간담회 자리에서 조합장들이 원 시장에게 여주쌀 판매에 여주시 공무원들도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추진하게 됐다.
여주시는 현 공무원수인 839명을 기준으로 여주쌀 84톤인 4195포(20㎏)를 판매 목표량으로 세우고 각 관·과·소 및 읍면동별로 공직자 인원수의 5배수의 쌀 판매목표치를 할당했다.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공공연히 말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적잖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굳이 이런 운동이 아니어도 매년 가을 수확 철이면 마을의 이장이나 농사짓는 주민들의 어려움을 덜고자 직접 여주쌀을 구입하거나 판매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공무원들이 많은데 이제 와서 농협이 가져가야할 부담을 여주시에 고스란히 전가시켰다는 불만이다.
더욱이 여주지역 8개 농협에서도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각 농협에 할당된 여주쌀 재고분을 소진하기 위해 특별할인판매를 하고 있어, 농협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들의 부담감은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예전 공직에 몸담았던 한 시민은 “여주시가 겉으로는 자율적으로 판매해도 된다고 말은 하겠지만 공직사회 분위기상 개인에게 할당된 분량을 소진하지 못하면 눈치가 보여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 일부 농협들이 농협 직원들에게 의무 할당제를 실시해 직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여주시가 그 행태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지역인사는 “계속되는 풍년과 매년 감소하는 쌀 소비량으로 여주쌀이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어느 특정 집단에 부담을 전가시키기 보다는 생산자인 농민들, 통합RPC, 지역농협, 여주시가 뜻을 모아 다각적인 여주쌀 판매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주시 관계자는 “현재 여주쌀 재고량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농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공직사회가 먼저 여주쌀 판매에 앞장서 농민들을 도와야겠다는 취지로 ‘내고장 쌀 팔아주기 운동’을 실시하게 됐다.”며 “목표량을 정해야 운동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1인당 목표치를 정했을 뿐 쌀을 못 판다고 해서 특별한 불이익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통합RPC는 지난해 총 3만2060톤을 수매했으며 이중 현재까지(3월 말 기준) 1만5403톤을 판매해 48%의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통합RPC 관계자는 “4월부터 매달 최대 2500톤의 판매 목표를 세워 햅쌀이 출하되는 9월 전까지 6개월간 1만2500톤을 소진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이후에 남는 4000여 톤의 재고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판매 대책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