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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에게 보내는 편지

동료에게 보내는 편지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6.11.1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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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성칠(여주시청 홍보팀장)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해결해야 할 문제와 마주합니다. 가장 많은 것이 일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합니다. 업무로 인하여 생기는 문제는 보통 전체에서 30%정도라고 생각한다고 하는데 사람이나, 일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일은 자신이 능력을 발휘하거나 남이나 직장상사의 도움으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풀리는 경우도 있어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오로지 자신이 풀 수밖에 없는 문제라서 강도가 심한 편입니다.
 

진정한 고뇌는 문제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에서 풀려고 한다는 점에서 생깁니다. 사람의 속성은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야박합니다. 따라서 자기의 입장에서 해결하려 하고, 다른 사람들을 그쪽으로 서게 만들려 합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더 커지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내 편을 들지 않고 상대방의 편을 들게 되면 이른바 ‘적(敵)’이 됩니다. 단순하게 적으로 끝나지 않고 비방과 모략 나아가 개인적인 문제도 들추게 됩니다. 이때부터 보이지 않는 근심과 걱정이 생겨 밤잠을 설치게 되는 것입니다. 어느 직원이 이런 고민을 보내왔는데 이에 대한 답장입니다.
 

「글 잘 보았습니다. 여러모로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삶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광경도 보여주지만 때로 어려운 문제도 선물합니다. 쾌청한 날들도 있지만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도 있는 것입니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수목이 푸른빛을 띠고 꽃도 피우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이 그런 흐린 날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언젠가 신영복선생의 ‘담론’에서 역사가 ‘사마천’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모든 문제는 서로의 ‘관계’에서 생겨난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는지요. 사마천은 자신이 궁형이라는 형벌을 받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차가운 현실에서 깨닫지요. 그것이 인생입니다.
 

그래서 지금에서 과거의 잘잘못을 논한다고 해도 다 부질없는 일일 것입니다. 옳고 그른 것을 가린다고 해도 서로 직원의 하나이고 팀의 일원으로서의 행동일 뿐, 서로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를 직장의 과장도, 팀장이라고, 과거의 과장이었다고 해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개개인 마음의 가치기준을 우리는 알 수도, 이해할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에서 끝없이 생겨나는 하고자 하는 마음을 우리는 ‘번뇌’라고 합니다. 그 번뇌는 혼자의 힘으로 다스리기 어려워 종교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때로는 죽음으로 몰아가가도 합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무엇 때문에 문제 같지도 않고 도움이 되지 않는 것에 집착하는지 되묻게 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마음속에 있는 악마와 싸우고 있음을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공부를 하면서 번뇌를 잊고자 노력합니다. 문득 글을 읽다가 글 저편에서 고민하고 매달리는 나약한 사람을 봅니다. 자세히 바라보니 그것이 바로 ‘나’인 것입니다.
 

이 순간이 지나면 당신도 조금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지금을 잊고 멀리 바라보면서 삶의 고민에서 벗어나 보세요. 내가 귀중하다면 다른 사람도 소중함을 갖고 있습니다. 나만 인정받으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도 인정하고 같이 살아가도록 노력해보세요.
 

그 번뇌가 나를 갉아먹는 독소임을 깨닫는 날, 새로운 태양이 당신을 반길 것입니다. 문제는 결코 남이 풀지 못한다는 것.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가 있습니다. 가슴에 있는 멍울이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라집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지요. 영국의 시인 워즈워스는 ‘초원의 빛’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현명한 마음을 가져오는 세월’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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