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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래의 6.25 참전 수기-잠들면 죽어!-⑱

김성래의 6.25 참전 수기-잠들면 죽어!-⑱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6.10.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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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래(대신면 율촌리)
◇ 제 5 절 백마전투의 종료


백마고지 하단은 고지를 싸고도는 냇물이 흐르며 그 좌측은 281고지라 하여 미군이 배치되어 이곳은 총 한 방 안 쏘는 한가한 지역이다. 그리고 미군이 설치한 로켓포를 처음 본 곳으로 미군이 이 포로 적진지에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고지 하단 냇가에 전방으로 드나드는 길이 하나있었다. 적은 이곳을 탄착지점으로 가끔씩 포탄을 쏘고 있었다. 우리는 중대장 지휘 하에 이곳 통과 시, 적 포탄이 낙하 후 바로 한 명씩 통과 시켰다. 왜냐하면 적의 포가 연발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 포탄이 발사되어 낙하되기 이전, 짧은 순간에 신속히 통과 하여야만 한다. 이런 방법으로 우리 중대는 한 명의 사상자 없이 앞산 전초진지까지 무사히 도착하여 공격을 감행 하였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적의 자동화기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사격을 하는 바람에 쉽게 접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 병사가 수류탄을 들고 포복으로 접근하여 수류탄을 진지에 투척 적자동화기 진지를 폭파하고 이지점을 통과, 목표인 상봉까지 한 다름에 공격하는데 성공하였다.

공격에 성공한 후 경계를 하니 해가 저물 무렵, 임무 교대가 되어 우리는 백마고지 하단 후방에 집결, 인원 점검을 하게 되었다. 그때 갑자기 날아 온 포탄이 우리 집결지 옆에 떨어져 부상병이 생기는 바람에 이를 후송한 후에야 대기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1대대 전초중대는 공격 첫날 적에게 당하고 중대원은 산산이 분산되어 적진 속으로 들어가고, 일부 중대원은 다른 지역으로 후퇴하고…, 그래도 부대로 돌아온 중대원은 반 이상 돌아왔다고 한다. 이렇게 치열한 전투를 일주일간 하고나니 겨우 전투가 끝났다. 우리의 승리로 백마전투는 종료 되었다.


우리 대대는 1대대와 3대대가 배치되어 있던 곳으로 다시 임무 교대를 하려고 진지 교대를 하였다. 진지 교대를 하고 너무 전투가 치열했던 곳이기에 감회가 깊어 상봉에 올라가 보니, 교통호가 무려 두 사람이 뛰어다녀도 부딪히지 않을 정도로 넓고, 깊이도 한 길 이상이나 되던 곳이 쌍방의 포탄이 많이 떨어져 그 깊던 곳이 좌우 언덕조차 없어져 평평하고, 밟으면 밟는 대로 물컹물컹 하였다.

그게 적군의 시체와 아군의 시체가 쌓이고 쌓이면서 솟아 오른 것이다. 적이 점령하면 아군의 포탄이 떨어져 적이 그 호에서 죽고, 우리가 점령 하면, 적의 포탄이 떨어져 아군이 그 호 속에서 죽고, 인간이 죽어 시체로 쌓이면 포탄이 떨어지면서 흩어진 흙이 덮고. 이게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다보니, 시체 한 켜, 흙 한 켜, 다시 시체 한 켜, 흙 한 켜, 마치 시루떡처럼 메워 질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 길이상이나 깊이 파 놓았던 방어진지나 교통호는 적군과 아군의 시체로 메워져 버린 것이다.


이게 도대체 인간이 할 짓인가. 괴로웠다. 그냥 괴로워 눈물이 났다. 무작정 울면서 떨었다. 괴로워서 울고 무서워서 떨었다. 수도 없이 죽고 죽어간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이면 왜 내가, 도대체 어떻게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인지….<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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