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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여주시민 독서감상문 청소년부문 최우수상 >

<제1회 여주시민 독서감상문 청소년부문 최우수상 >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6.03.0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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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덕


   
▲ 윤소은 (대신고 2학년)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릴 때 이었을 것이다. 내가 심청전을 처음 읽었을 때가 나는 그때 둘리에서는 고길동 보단 둘리가 궁금했었고, 신데렐라에서도 계모와 새언니의 사정보단 신데렐라와 왕자님의 이야기만 알고 싶은 나이였다. 심청전도 그러했다. 뱃사람과 뺑덕 어미 보다는 심청 이와 심 봉사의 모습만 기억에 남았고 뺑덕 어미는 왜 뺑덕 어미인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그저 악한 여자였다 라는 것만 어린 나는 기억했다.


심청전을 읽은 지 시간이 꽤 지나서 나는 현재 어른처럼 굴기에는 어딘가 부족하고 아이처럼 물정 모르게 굴기엔 훌쩍 커버린 그런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동화는 어딘가 부끄러운 마음에 다시 읽어보지 않았다.


반쪽자리 나이면서도 그런 걸 읽기에는 나이답지 못하다고 스스로 단정 지었다. 그렇게 나는 자랐고 우연히 심청전을 다시 읽게 된 것은 아직 일곱 살인 막내 동생을 데리고 도서관에 간 날이었다. 그날따라 동생은 책을 읽어달라고 보챘고 나는 그 애가 스스로 읽을 줄 안다는 걸 알면서도 귀여운 응석에 그 애가 가져온 책을 읽었다. 그 책이 바로 심청전이다. 아주 짧은 내용이었다. 결국엔 심청이가 행복해진다는...


그리고 나는 책을 읽어준 뒤 동생에게 물었다 이 책 내용이 어땠냐고 동생도 그때에 나처럼 심청이가 효녀라고 했고 심봉사는 불쌍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때와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뺑덕 어미는 기억에 남지 않는구나 현재에 나는 고길동이 이해가 되고 신데렐라 새언니들의 질투를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까 저절로 오랜만에 읽은 심청전은 나에게 물음을 던졌다.


뺑덕어미는 원래 나쁜 사람이었을까? 결혼은 몇 번했을까? 진짜 심청이가 한 것은 효도일까?


그리고 뺑덕 이는 누구지? 그래서 나는 관련된 책이 없을까 하고 찾아보다가 배유안의 ‘뺑덕’을 찾을 수 있었다. 배유안 작가는 심청이도 뺑덕 어미도 아닌 뺑덕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나는 그 점이 이 책을 고른 이유 중 하나였다. 이 책은 병덕, 뺑덕이라고 불리는 아이가 집을 나가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시작한다. 나는 뺑덕이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증오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게 안타까웠고 사랑을 주는 대상인 누구보다 소중한 엄마라는 존재가 그 애에게는 부정하고 싶은 존재라는 게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말투와 행동은 거칠기 짝이 없지만 나는 그런 점에서 뺑덕이가 덜 자란 아이라고 생각했다.


거칠고 모나게 행동하면서 뺑덕은 누군가의 아들이 되기를 거부했고, 또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는 뺑덕은 미성숙했고 서툴렀다. 뺑덕은 많은 일을 겪는다. 집을 나서서 뱃사람이 되었고, 진주를 얻었고, 악우였지만 이내 형제처럼 친해진 친구 강재를 잃었고, 그리고 어미를 찾는다. 어미를 만난 뺑덕은 실망한다.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면서 행실이 나쁘고 퉁명스럽고 얄팍한 어미 뺑덕은 실망해서 돌아가지만 뺑덕은 다시 어미가 있는 주막으로 간다.

어쨌든 다시 어미의 삶에 대해 지켜보고 정말 제 어미가 소문처럼 그런 이였는지 확인해보려고.. 나는 그 둘의 만남에서 어딘가 찡 하기보단 불안했다. 어미가 자신을 버렸다는 수치심과 원망을 가지고 있는 뺑덕, 다사다난한 일을 겪고 악에 받쳐 아픈 구석인 아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뺑덕 어미 너무나 닮아있는 그 두 사람이 오해를 풀고 융화 될 수 있을까? 뺑덕이 오히려 더 상처를 입고 삐뚤어지지 않을까? 내 생각처럼 그들의 만남이 아름다운 동화 같지는 않았다. 그들은 사사건건 부딪혔고 상처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미미하게 뺑덕이는 어미를 이해하고 그녀에게 연민을 느꼈다. 아들이라는 존재를 가슴이 아파서 차마 내색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품고 있는 그 모습을 아들이 집에서 쫓겨났다는 얘기를 듣고 상처입어 울부짖는 모습에서 뺑덕이 어머니를 인정하는 모습에서 나는 뺑덕의 상처가 어느 정도 치유되어간다고 느꼈다.

그래서인지 모든 게 서툴고 주먹질부터 나갔던 뺑덕이 서툴게 친구를 사귀고 의리로 주먹을 쓰고 어미를 이해해주고 하는 모습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악을 쓰며 독하게 사는 소문 안 좋은 어머니를 이해한다는 것이..


하지만 뺑덕은 종래엔 선택한다. 그냥 뺑덕이 아닌 누군가의 아들 뺑덕으로 살아가기로 어머니를 이해하고 받아 드리기로 그녀의 삶을 부정하지 않기로 하며 주막을 떠난다. 끝내 어미에겐 내가 뺑덕이다 밝히진 않지만 약간에 암시를 주고 뺑덕은 독기를 버린 채 순해진다.

그리고 내 생각엔 누군가의 어머니가 된 뺑덕 어미도 조금은 유순해 졌을 거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다시 뺑덕이 그 주막에 찾아가는 것이 상상이 갔다. 친구 청이의 소식을 듣고 어미의 얼굴을 보러 뺑덕을 본 뺑덕 어미는 자식에게 부끄러운 꼴을 보였다고 괜히 역정을 내다가 뺑덕이를 안고 울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눈물처럼 그들은 모자가 되어 그 동안 못했던 이야기들 살아온 이야기 할 것 같다.

어쨌든 뺑덕의 이야기도 해피엔딩이다. 내가 지금까지 본 해피엔딩 중 가장 간절히 바랐던 그리고 현재도 뺑덕이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부모의 삶을 부정하고 괴로워하는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어 주고 싶다. 그들의 마음의 상처를 내가 감히 헤아릴 순 없겠지만 뺑덕이는 분명 위로해 줄 것이다, 그들의 상처를 그리고 말할 것이다. 누군가의 자식이 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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