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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橫說竪說>윷놀이와 척사대회

<橫說竪說>윷놀이와 척사대회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6.03.0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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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척사대회’란 이름으로 마을 곳곳에서 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에게는 ‘척사대회’라는 말이 적잖이 생소하게 다가온다. 실제로 행사 안내문과 플래카드 등에 적힌 ‘척사대회’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내용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한다. 중년인 나에게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용어이니 만큼 젊은이들에게는 더욱 생소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얼마 전 몇몇 지인들과의 대화도중, 요즘 마을마다 열리는 척사대회 때문에 바쁘다는 얘기를 나누었다. 그때 옆에 있던 다른 지인은 척사대회가 무슨 대회냐고 물어와 순간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한참을 웃은 일이 있었다.


‘척사’는 한자로 던질 척(擲), 윷 사(柶)를 쓴다. 흔히 쓰지 않는 말을 써서 굳이 ‘척사대회’라고 쓰는 까닭을 모르겠다.


‘척사’가 혹시 새해를 맞아 무슨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자 하는 놀이쯤으로 짐작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구한말에 사악한 것을 물리치자는 위정척사(衛正斥邪)운동을 배운 사람은 ‘척사’에서 이러한 의미를 생각해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척사대회’의 ‘척사’는 ‘윷놀이’의 한자어 일 뿐이다.


‘척사(擲柶)’의 ‘척(擲)’은 던지는 것을, ‘사(柶)’는 윷을 뜻한다. 그러니까 ‘척사대회’는 ‘윷놀이대회’인 것이다.


윷놀이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해 오는 우리 고유의 민속놀이이다. 부여(夫餘) 시대에 다섯 가지 가축을 5부락에 나누어 준 뒤 그 가축들을 경쟁적으로 번식시킬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온다. 대개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날까지 즐기는데, 특히 정월 대보름에 동네마다 윷놀이 대회를 여는 풍습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런 풍습이 지금 ‘척사대회’로 잘못 불리고 있다.


‘윷놀이대회’라고 하면 알아듣지 못할 사람이 없으련만 아직까지 이 어려운 한자어를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한자어도 우리말의 일부분이므로 배척할 이유는 없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어휘라면 굳이 사용할 필요는 없다.


언어란 기본적으로 전달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척사대회’란 말에서는 은근히 세대차이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쉬운 말인 ‘윷놀이대회’로 바꿔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특히,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모시고 있는 여주에서는 이제부터라도 뜻도 의미도 잘 모르는 ‘척사대회’라는 말보다, 읽기 좋고 이해하기도 좋은 우리말 ‘윷놀이’라는 말을 써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년부턴 윷놀이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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